국내의 대표적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인 배달의민족(배민)이 과금체계를 개편했다. 소위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선보인 것이다. 이 서비스는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

서비스 개편의 골자는 ‘깃발꽂기’로 통칭되던 월정액 광고 ‘울트라콜’ 중심의 과금체계에서 벗어나 수수료 중심의 오픈서비스를 새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일정 구역을 커버하는 기존 울트라콜 광고는 건당 8만원(부가세 미포함)의 요금을 요구한다. 그간 배민 서비스 이용 업주들은 많게는 수십건의 울트라콜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과금 체계에 음식값의 5.8%를 수수료로 떼는 방식이 추가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자료]

배민 측은 오픈서비스에 적용되는 5.8%의 수수료율은 업계 통상 수준을 밑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오픈서비스는 주문이 성사될 때 비로소 플랫폼에도 매출이 생기므로 광고 위주 체계보다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입점 업주 과반인 52.8%에서 배민에 지불하는 배달비용(광고비)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용 업주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에서는 점주로 보이는 이들의 불만 글이 넘쳐나고 있다. 불만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과금체계 개편이 배달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배달 비용 절감은커녕 오히려 부담을 더 키울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건당 8만원의 기존 월정액 서비스 요금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오픈서비스로 인해 추가되는 수수료까지 덤으로 물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배민 측은 실제로 기존의 월정액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의 매출을 유지하려면 월정액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오픈서비스까지 추가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주들의 주된 불만이다. 이런 불만은 나홀로 영업을 하는 영세 점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매장 운영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감안하면 어차피 배민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정도의 소규모 매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장이 배민 이용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배달의민족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배달의민족 제공/연합뉴스]

배민 측의 설명을 들어봐도 점주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민 관계자는 울트라콜 서비스를 다수 이용하던 점주들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24건의 울트라콜 서비스(깃발 24개)를 이용하던 업주는 그간 서비스 이용료로 월 192만원(8만원×24)을 부담해왔다. 그러나 이 대신 5.8%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그 비용은 406만원(7000만원×0.058)으로 늘어난다.

이러니 점주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점주들은 현실적으로 기존의 월정액 광고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옥상옥으로 배민 플랫폼 이용에 따른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우려가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배달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면 이를 만회할 길은 메뉴값 인상 외엔 없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배민의 이번 조치는 얼핏 상생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여지를 품고 있다. 과금체계가 무조건 비용이 나가는 광고와 달리 주문이 성사될 때에 한해 그만큼의 수수료를 내는 방식 위주로 바뀐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는 입점 업주들이 흥해야 플랫폼 업체도 흥한다는 논리를 성립시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음식점 업주들이 전과 같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다.

그러니 비용 절감 주장은 어차피 배달앱 이용 능력이 안 되는 소규모 영세 업주들에게나 해당되는,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불만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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