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원이었고,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699조원이었다. 중앙정부 채무에 지방정부의 것까지 더한 국가채무(D1)는 72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전년보다 60조2000억원이나 증가했고,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기며 국민 1인당 산정 액수를 1409만원으로 늘렸다. 국민 각자가 이 정도의 채무를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지방정부 포함) 비율은 38.1%였다. 직전 연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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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표현만 놓고도 상당히 헷갈린다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각각의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의 정부 발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부채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국가채무는 그중 일부를 차지한다. 즉, 국가채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부채를 의미하고, 국가부채는 여기에 공기업 부채와 4대 연금 부족분,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액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중 재정건전성 문제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이다. 이 비율이 40%를 넘기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이 논쟁을 벌이는 일도 자주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안전선 상한을 40%로 설정한 뒤 이를 지키려 노력해왔다.

40%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근거에 대해서 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40% 마지노선 설정의) 근거나 무엇이냐”고 되물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 비율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윗선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제기할 당시에도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다.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전문가나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40%를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며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비교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의 경우 국가채무에 천문학적 규모인 공기업 부채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같은 지적의 배경이다.

우리의 국가채무는 최근 수년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 기본적인 원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경기부진 심화와 함께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가운데 돈을 쓸 곳은 많아지면서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의 경우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2차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이 추진되고 있고, 이후 또 한 차례의 추경이 거론되는 마당이어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달 11조7000억원 짜리 코로나 추경안이 국회 승인을 마치면서 국가채무 규모는 이미 81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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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51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을 짜면서 이미 60조원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을 전제로 했고, 올들어 추경이 거푸 편성됨에 따라 그 규모는 더욱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발행되는 적자국채는 고스란히 국가채무로 집계된다.

지금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안에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선을 훌쩍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곧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갚아나가야 하는 빚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지출이 커지고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관리재정수지는 물론 통합재정수지도 악화되기 마련이다. 정부가 밝힌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10년 만에 최대인 12조원의 적자로 전환됐고, 정부의 살림살이 실태를 직접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대치인 54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한 것이어서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통합재정수지와 달리 정부가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증감될 수 있는 대상이다.

국가채무와 관련해 하나 더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적자성 채무다.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적자성 채무의 비율은 날로 증가해 현재 약 60%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응 자산이 없어 국민의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채무다. 금융성 채무는 대출금이나 외화자산 등등의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소를 위해 따로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다. 예를 들어 남에게 100만원을 빌린 뒤 그 돈을 수중에 현금으로 갖고 있다면 100만원의 채무는 적자성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편 이날 각의에서 의결된 결산보고서는 감사원 심사를 거쳐 조만간 국회에 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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