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유세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제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야당보다는 오히려 여당 쪽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종부세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제도 손질을 약속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공동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같은 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 위원장을 거들고 있다.

이 위원장이 이 문제를 자주 언급하는 배경엔 서울과 수도권 1가구 보유 중산층의 표심을 유인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끌어들여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겠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종부세 부과 기준선인 공시가 9억 이상의 집을 보유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이 직접적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 선거대책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 선거대책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현재 공시가격 언저리의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이들은 대개 고가주택 보유자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자도 아닌데 종부세 유탄을 맞게 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웃돌 가능성까지 엿보이면서 이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됐다.

상황이 이러니 오히려 다급해진 쪽은 여당이 되고 말았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이 위원장은 연일 종부세 문제를 거론하며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유세 과정을 통해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를 콕 집어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사람 중 뾰족한 소득도 없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송파구의 한 선거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남 3구 지역구에 출마한 자당 후보들이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중앙당에 건의했다고 소개한 뒤 “중앙당에서도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강남 3구 지역 주민들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잘 안다며 강조한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종부세제 강화에 반대해온 미래통합당이 오히려 이낙연 위원장 등의 종부세제 완화 약속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합당 종로구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표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구 후보인 이낙연 위원장을 향해 “이중 잣대”, “표리부동”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 위원장 자신이 총리로 재직할 때 강화해놓은 종부세제를 선거 유세 과정에서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을 지칭한 표현이다. 김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말 바꾸기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해 종부세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해 마련한 뒤 여당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의원으로 하여금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공시가 9억 이상의 주택에 종부세를 부과토록 하면서 1주택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외의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1~0.3%포인트,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더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 상한을 기존의 200%에서 300%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종부세 인상이 전년도 대비 세 배까지도 높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도 별개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9억 이상 주택 보유자들에게 종부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세금폭탄이란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은퇴한 뒤 집 한 채를 노후 자산으로 삼아 생활을 영위하려는 이들에게 종부세제 강화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낙연 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이 같은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지적하면서 개선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당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종부세제 개편 문제는 총선이 끝난 직후 국회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논의에 진전이 이뤄진다면 현행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의 반응이다. 여당이 선거 운동을 통해 이 문제를 적극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종부세제 완화 목소리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의 침묵을 반대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긴 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청와대나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선거 개입’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어떤 입장을 들고 나올지를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주요 국책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가 스스로 마련한 방안을 철회하려면 그만한 명분과 상황 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등이 마냥 반대만 할 경우 여당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짓 공약을 남발했다는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방향이야 어찌 됐든 종부세법 개정안은 이달 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이 마련해 앞서 제출한 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한 차례도 심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이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올해분 종부세를 계획대로 부과하게 된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과세 기준일이 매년 6월 1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따라서 종부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이 과정에서 여당이 총선 공약 내용을 새로 반영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여당의 의지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진작부터 국회에 제출된 여당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납세자 부담을 지나치게 키운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통합당은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상한 비율을 130%선으로 낮추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율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자체적인 법 개정안을 만들에 국회에 따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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