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지난주 끝 무렵부터 다소간의 분위기 전환을 경험했다. 한달여 만에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선 점, 여당의 총선 압승 영향으로 증시 주변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이 분위기 변화를 보여주는 주된 신호들이다. 증시 주변자금의 증가세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로 움츠렸던 자세를 조금씩 풀 기미를 보이는 것도 시장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점진적인 경제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감염병 사태의 진정 기미가 있는 곳부터 점차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자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각 주에서는 활동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텍사스주는 주립공원 재개방, 소매점 영업의 제한적 허용 등을 결정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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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달 5일까지 연장하되 완화된 지침을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미국에서 사망자 수가 4만을 초과한 가운데 뉴욕주 등 경제 중심지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한국에서도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경제 관련 지표들이 곧 발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오는 23일 한국은행에 의해 발표될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성장률(속보치)이다. 블룸버그가 국내외 연구기관 및 투자은행 9곳의 전망치를 모아 산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평균치(전기 대비)는 -1.5%였다.

이 같은 전망치가 맞다면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파도에 휩싸여 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분기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감염병 사태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마이너스 정도가 작년 1분기(-0.4%)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입 실적도 곧 발표된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할 이달 상·중순 기간의 수출입 속보치에 대한 기대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특히 수출의 경우 본격적인 감염병 사태의 타격을 고스란히 반영한 수치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나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었다.

줄줄이 발표될 주요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네이버, 삼성SDS가 23일, 기아자동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24일 1분기 실적을 각각 발표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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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는 미국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주에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중 5분의 1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들 기업 중에서도 델타항공이나 베이커휴즈 등 항공 및 에너지 산업 분야 기업들의 실적에 특히 눈길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상이다.

이상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미국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시장에 미칠 긍정적 효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표들이 기대 이하의 부진을 나타낸다면 주요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미국은 감염병 사태 진정 국면이 시작되면 인프라 투자와 의료 시스템 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 역시 대출우대금리 인하 등의 경기 부양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등락 범위를 1900선 내외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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