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다. 올들어 이미 편성된 11조7000억 규모의 1차,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에 이어 한 해에 세 번째로 추경이 편성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한 해에 세 차례나 추경이 편성되기는 196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차 추경 공식화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이뤄졌다. 정부는 이날 9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대책을 새로 마련키로 했다. 이는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마련된 150조원짜리 대책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로써 감염병 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된 대책 규모는 약 240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한 합동브리핑에서 대규모 대책이 마련됐다고 전하면서 그 세부 내용으로 고용안정 특별대책 10조원,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금융안정 추가 지원 35조원, 소상공인 대출 추가자금 4조4000억원 등을 거론했다. 이들을 합친 정확한 총 규모는 89조4000억원이다.

이날 회의 결과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대책에 필요한 3차 추경과 입법을 신속히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마련된 대책들이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가 구상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용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이 되어야만 국책은행인 산은이 이 기금을 설치·운용할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정부가 3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는 점도 크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3차 추경 편성은 예고되다시피 한 일이었지만 아직 이를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편성 여부보다 그 시점과 규모가 얼마일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민주당의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치른 이낙연 종로 지역구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추경은 긴급재난 지원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챙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차 추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었다.

추경 편성 시점으로는 6월 초순이 유력시된다. 홍 부총리는 그 무렵에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3차 추경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3차 추경안은 21대 국회가 새로 구성돼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6월을 겨냥해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15총선에서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다음달 30일 시작된다.

추경과 관련된 가장 큰 관심사는 그 규모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아직 명확한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감염병 사태 추이와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정도를 보아가며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총리는 추경 규모에 대해 “상당 부분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어 3차 추경은 2차와 달리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3차 추경안에는 세입경정 소요분 외에도 고용안정특별대책 소요분 10조원, 금융안정을 위한 자금 소요분 등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3차 추경 규모가 지난 1, 2차 때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을 미리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3차 추경 편성으로 우리의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처지에 놓였다. 앞선 1차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메우기로 함에 따라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2%선으로 올라갔다. 정부는 1차 추경 편성 당시 올해 우리의 국가채무 규모가 81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2차 추경의 경우 적자국채 발행 없이 이뤄짐에 따라 국가채무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차 추경안은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원포인트 성격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2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을 세출 구조조정 및 기금 재원 활용을 통해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2차 추경으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가 이전보다 악화되는 것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거듭된 추경은 불가피하게 재정 건전성을 일정 정도 훼손할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가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확대에 완강히 반대하며 여당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재정을 마구 집행했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번 감염병 사태는 평소 재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