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동절 휴무를 포함한 연휴 기간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 증시가 큰 폭의 하락장세를 보였다. 지난 금요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 2% 이상 하락했고, 일본 증시에서도 3%에 육박하는 하락세가 연출됐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중 사이에 다시 감돌고 있는 냉기류다. 미국이 우한 폐렴(코로나19) 팬데믹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의지를 드러낸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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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먼저 불을 지른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퍼져나왔다는 증거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염병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중국에 1조 달러(약 1229조원) 상당의 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말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음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커들로 위원장은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감염병 팬데믹 책임론을 들먹이며 대중(對中)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식을 결정할 것이란 점까지 부연했다. 부과 방식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병 방역 실패로 자신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나자 중국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 때리기’로 재미를 본 그가 다시 한 번 중국에 대한 미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함으로써 인기를 회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할수록 험해질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오는 11월 초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 양국 간에 오갈 말다툼의 강도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뉴욕 타임스는 미 공화당은 이미 중국 때리기가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세계 증시를 짓눌렀던 감염병 사태는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굳혔고, 유럽 각국도 이달부터는 봉쇄 조치를 서서히 완화한다.

가장 먼저 코로나19로 곤욕을 치른 중국의 상황은 더욱 낙관적이다. 대표적인 신호가 그간 미뤄온 중국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이달 21일 개최하기로 한 일이다. 올해의 양회는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사실상 종식을 알리는 행사라는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에서 중국이 내놓을 경기 부양책 또한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감염병 상황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긍정적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수일째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명 이내로 줄어들었고, 그중 다수가 해외유입에 의해 발생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오는 6일부터 방역 방식을 ‘생활 방역’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감염병의 진정세가 하나의 추세로 굳어졌음을 자신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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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을부터 북반구에 2차 팬데믹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그치지 않는 점이 그중 하나다.

감염병 사태의 후폭풍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것이란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중국이나 한국보다 늦게 감염병 충격을 경험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2분기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전개됐을 것이란 점이 우려의 핵심이다. 이는 우리 수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3% 줄어든 36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2분기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당장 눈길을 끌 주요 지표는 4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무역수지다. 5일 나오는 중국의 4월 차이신 구매관리자지수(PMI)와 6일 발표될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그 다음날의 미국 실업률 수치도 각각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4월 실업률이 전달의 4.4%에서 16.1%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재현, 미·중 간 ‘신냉전’ 기류 등으로 인한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국내 증시의 주가가 추가 상승을 보이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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