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고용시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용 상황이 개선되어가고 있다던 청와대나 정부 당국의 주장과 달리 우리 고용시장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가 하나 둘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달보다 47만6000 줄어든 수치다. 이마저도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가며 고령층의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낸 데 따른 결과다. 이를 입증하듯 4월에도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만4000명 늘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주재하고 있는 경제 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어쨌거나 월별 취업자 수 감소폭이 이처럼 크게 나타나기는 외환위기 후유증에 허덕이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국내 취업자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3월 취업자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은 19만5000명이었다. 연이은 취업자 감소세는 코로나19 확산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만큼 감염병이 고용에 준 충격이 강력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코로나19가 고용시장에 미친 충격파가 대체로 취약계층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즉, 연령별로는 15~29세 청년층이,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이 감염병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4월 중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24만5000명 감소했다. 줄어든 취업자 수의 절반 이상을 청년층이 차지한 것이다. 4월 청년층 취업자 감소폭은 금융위기 파도가 거세가 일었던 2009년 1월의 26만2000명에 버금가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청년층 고용률도 1년 전보다 2.0%포인트 깎인 40.9%로 내려앉았다.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1월만 해도 44.0%를 기록했으나 이후 42.9%, 41.0% 등으로 매달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이 되는 15~64세 인구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1.4%포인트 감소해 65.1%를 마크했다.

청년층 가운데서도 20대 고용률은 더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이 2.6%포인트에 달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그 폭이 가장 컸다. 연령대별 고용률 감소폭은 30대가 -0.9%포인트, 40대 -1.7%포인트, 50대 -1.9%포인트였다. 반면 60세 이상에서의 고용률은 0.2%포인트 상승했다. 이 역시 정부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의한 현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률은 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15세 이상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인구 증감까지 반영한다. 이로 인해 단순한 취업자 증가폭이 전하는 메시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표로 인용되곤 한다.

종사상 지위별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19 충격파가 취약계층에 집중됐음을 보다 뚜렷이 인지할 수 있다. 임시·일용직이 그에 해당한다. 4월 중 임시근로자는 1년 전보다 58만7000명 줄어들었고, 일용근로자는 19만5000명 감소했다. 임시는 1990년 통계 개편 이래, 일용은 2016년 5월(-27만1000명)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1년 전보다 40만명 늘었다. 그 덕분에 전체 취업자 가운데서 차지하는 상용근로자 비율도 2.4%포인트 오른 54.2%를 기록하게 됐다.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계약에 의해 일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업종별 분류상으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의 충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분야에서만 취업자가 21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13만명 줄어든 교육서비스업 역시 피해가 큰 분야로 꼽힌다. 이들 분야의 취업자 감소폭은 각각 2014년 1월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외출 및 대면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전 사회로 퍼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날 발표된 고용동향 자료에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줄어든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그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경제활동인구는 277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55만명 줄었고, 비경제활동인구는 1699만1000명으로 비교 시점 대비 83만1000명이나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증 취업자와 일은 아지 않았지만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의 합을 지칭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의미한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률 계산에서도 배제되는 사람들이다. 고용통계상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들의 수가 늘면 경제의 활력과 잠재성장률 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쉬었음’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달 조사에서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의 수는 240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3만7000명 많아졌다. 이 증가폭은 2004년 지표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들은 소위 ‘백수’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일을 할 능력이 있고, 질병이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중에서도 구직을 단념한 사람은 1년 전보다 12만4000명 증가해 61만1000명에 이르렀다. 구직단념자 그룹의 증가는 고용 환경이 그만큼 악화됐음을 시사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울한 내용의 4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의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그 영향이 제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용 감소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기술했다.

홍 부총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55만개 플러스 알파 일자리 공급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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