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6만개 일자리 제공에 주력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통계청이 환란 이후 최악의 상황을 노정한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한지 하루 만의 일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역대급 고용참사가 발생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도 하에 정부가 서둘러 고용불안 심리를 달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어 논의한 뒤 발표한 156만개 일자리 제공 방안은 그 내용을 뜯어보면 급하게 짜깁기해 내놓은 허울좋은 대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선 정부가 말하는 156만개 일자리의 대부분이 이미 선발하기로 예정돼 있던 것들이라는 점이 그 이유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서는 알맹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복잡하게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인해 새로 공급될 수 있는 일자리는 76만5000개에 불과하다. 정확히 156만2000개 중 이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이미 선발을 마친 공공부문 직접 일자리 77만8000개와 국가공무원 및 공공기관 일자리 1만9000개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새로 공급될 76만여 일자리 중 상당수는 이날 대책 발표가 없었더라도 어차피 만들어지게 되어 있는 일자리들이었다. 이들 일자리 중 일부를 위한 재원이 올해 기정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이 그 같은 지적의 근거다.

그렇다 할지라도 일자리 수십만이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문제는 이들 일자리마저 그리 실속있는 것이 못 된다는 데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신규 채용분 4만8000개를 빼고는 질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안 보인다.

새로 공급될 일자리의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렇다. 신규 공급분 76만5000개는 공무원 일자리 등 4만8000개 외에 기정예산에 반영된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16만7000개와 신규 창출 직접일자리 55만개 플러스 알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즉시 추진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16만여개는 94만5000개 중 이미 선발된 77만8000개를 제외한 몫이다. 이미 선발을 마친 77만여 일자리 중 33만3000개는 인력이 투입돼 가동되고 있고, 나머지 44만5000개는 임시 가동 중단상태에 있다. 정부는 이들 일자리의 휴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작업 환경 등을 감안해가며 최대한 즉시 업무에 투입되도록 하기로 했다. 야외 작업이나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그 대상이다.

새로 선발될 일자리 16만7000개분에 대해서는 서둘러 선발 절차에 착수함으로써 5~6월 중에 가동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날 정부 발표 내용 중 핵심은 이상의 일자리들을 제외한 55만개 플러스 알파라 할 수 있다. 이는 홍 부총리가 4월 고용동향 통계가 발표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고한 내용이기도 하다. 여기에 소요될 재원 3조5000억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된다.

55만개 일자리는 크게 공공부문 40만개와 민간부문 15만개로 구성된다. 이중 공공부문 40만개는 공공테이터 구축, 온라인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지원, 코로나19 방역 및 안전 분야에서 만들어질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를 포함한다. 이 일자리는 주 15~40시간 근무에 최대 6개월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공공부문 40만개 중 나머지 30만개는 취약계층을 위해 만들어진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청년, 저소득층, 실직자 등이 그 대상이다. 일의 성격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전통시장 유통 지원 및 소비 촉진 등이다. 근로조건은 주 15~39시간, 5개월 이내 기간 근무 등이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55만개 중의 나머지인 15만개는 정부 지원 하에 민간부문에서 만들어진다. 그중 하나가 취업문이 막힌 15~34세 청년층에게 주어질 10만개의 일자리 제공이다. 세부내용은 정보기술(IT) 관련 업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5인 이상의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 최대 6개월 간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주 15~40시간에 3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민간 부문 15만 일자리의 나머지 5만은 청년인턴 일자리다. 주 15~40시간에 3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계약 조건이어야 한다.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충족하면서 청년인턴을 채용하면 최대 6개월간 월 최대 8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이들 일자리 모두에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들 55만개의 일자리는 한결같이 6개월 이하의 단기 일자리에 해당한다. 범위를 156만개 일자리 전체로 넓히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 근무가 보장된 상용근로자용 일자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대책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취약계층의 일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 같은 아쉬움은 정부 주도 일자리가 갖는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할 만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나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양질의 일자리가 양산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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