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산업용 그래핀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해 올해 안에 대량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산업용 그래핀을 상용화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된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은 19일 그래핀 대량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안에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기술을 이전받아 그래핀 생산을 담당할 업체는 (주)엘브스지켐텍이다. 연구원은 이 회사와 공동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연내 대량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래핀 가루와 용액. [사진 =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그래핀 가루와 용액. [사진 =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양산 과정에서 그래핀 생산의 재료로 쓰이는 흑연도 국내 생산분을 사용키로 했다. 재료 국산화를 위해 (주)엘브스지켐텍은 모회사인 엘브스흑연(주)으로 하여금 국내 흑연광산 채굴권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로써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오던 흑연은 국내 채굴을 통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재료와 기술의 자급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저렴한 가격에 그래핀을 대량 공급할 길을 트게 됐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한 층만 박리 형태로 추출해낸 2차원 물질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2차원 물질이란 원자가 한 겹으로 연결되어 있는 물질을 말한다. 두께가 수 나노미터에 불과해 3차원적 부피를 거의 지니지 않아 2차원 물질로 불린다.

그래핀은 강도와 열 및 전기 전도성이 탁월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곤 한다. 강도는 강철의 200배, 전기 전도성은 실리콘의 100배에 달할 정도다. 나아가 변형될 경우에도 성질이 변하지 않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품이나 롤러블 TV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그간 대량 생산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그래핀 생산은 ‘화학적 합성 공정’을 통해 이뤄졌다. 화학적 합성 공정은 흑연을 강산으로 처리해 그래핀을 얻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대량 생산이 어려운 만큼 주로 연구용으로 활용된다. 또 강산 처리로 인해 강도와 열 및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번에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은 독자적인 멀티 전극 시스템을 통해 구현된다. 이 시스템은 전해질 용액이 채워진 수조에 금속전극, 흑연전극, 금속전극을 차례로 배열한 장치다. 이중 흑연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흑연에서 그래핀이 얇게 추출된다. 이렇게 추출된 그래핀은 용액과 분리된 뒤 가루 형태로 배출된다.

그래핀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그래픽 =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그래핀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그래픽 =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이 시스템으로 고품질의 그래핀이 생산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장치를 통해 생산된 그래핀은 제조 공정에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가격도 그람당 2000원가량으로 매우 저렴하다. 결국 기존의 화학적 공정에 의존할 때에 비해 값싸게 다량의 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장치로 대량 생산되는 그래핀은 우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의 방열부품이나 전기자동차 이차전지의 도전제 및 전극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자제품들은 방열을 위해 흑연 시트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 시트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 결과 휘어지는 기능의 제품 생산을 불가능하게 했다.

현재 전세계 그래핀 시장은 900억 달러(약 110조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평가관리원은 이 시장이 5년 뒤면 2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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