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투자전문 그룹인 미래에셋이 박현주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으로 인해 속을 태우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개인 차원을 넘어 그룹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미래에셋의 긴장 수위가 새삼 높아진 것은 20일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와 관련이 있다. 공정위는 이 회의에서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다뤘다. 핵심은 계열사들을 동원한 박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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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입장에서 볼 때,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은 법인과 박 회장 모두에 대해 검찰 고발이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검찰 고발 없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에 그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정도면 미래에셋으로서는 그나마 괜찮은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미래에셋의 고민은 최악과 최선 사이 어느 지점에서 결론이 내려질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데서 비롯된다.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을 우려하게 하는 단초는 작년 11월 공정위가 미래에셋에 보낸 심사보고서에 담겨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가능성을 들어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송했다. 나아가 박 회장 개인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의견도 곁들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정위 제재 논의는 2017년 말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포착해 공정위에 전달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미래에셋에 보냈다.

미래에셋의 구체적 혐의 내용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박 회장과 부인 김모씨 등 일가 소유의 또 다른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에 포 시즌스호텔과 홍천 블루마운틴CC 등 골프장의 관리를 맡겨 사익을 취하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해당 호텔 및 골프장들은 사실상 미래에셋 소유다. 미래에셋은 계열사들을 통해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그 펀드로 하여금 호텔 및 골프장을 소유하게 했다. 그런 다음 문제의 펀드에 임차료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논란이 된 호텔과 골프장의 운영과 관리를 직접 맡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컨설팅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YK디벨롭먼트다. 당초 금융감독 당국은 미래에셋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총수 일가에게 사익을 편취하도록 도왔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래에셋은 수년 전부터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구상해왔다.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선택한 것이 발행어음 사업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2017년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을 냈으나 돌연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금융 당국의 심사가 보류된 채 지금까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정은 미래에셋의 운명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제재 내용, 그 중에서도 법인 및 박 회장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가 이뤄지느냐 여부다.

쟁점은 일감 몰아주기의 목적인 듯 보인다. 이를 통해 박 회장 일가가 사익을 취하도록 도우려 했는지가 다툼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의미다.

현재 미래에셋 측은 호텔 및 골프장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해 총수 일가가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미래에셋컨설팅이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비금융계열사라는 이유에서 호텔 및 골프장 운영을 맡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호텔·골프장 등의 실제 소유주인 펀드에 지불하는 임차료 부담이 커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 당국의 반응은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적자를 보았다 할지라도 그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면 역시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사익 편취라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의 제재 논의 내용을 토대로 이달 중 최종 결론을 내린 뒤 미래에셋에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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