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요소라 할 자유경쟁 질서를 해치는 독소로 꼽힌다. 독과점 구도 하에서 나타나는 일차적인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그에 상응하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하게 된다.

폐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단 독점이나 과점 구도가 형성되면 해당 사업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기 십상이다. 그 결과 인재 충원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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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연합뉴스자료]

더 무서운 것은 독과점 구도는 한 번 형성되면 시장 자율기능만으로는 쉽사리 타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과점 업체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질수록 경쟁사업자가 시장에 새로 진입할 틈이 좁아진다는 점이 그 원인이다.

요즘 들어 배달앱 서비스 업체들이 그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시장 지배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소수 업체가 사실상 소비자들의 가격 선택권을 좌우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배달앱 서비스 1~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의 운영업체가 그들이다.

최근 배민은 음식점업주들에 대한 과금체계를 변경하려다 사용요금을 꼼수로 인상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위 ‘깃발꽂기’를 갈음할 수수료 체계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기존의 ‘울트라콜’이 월정액 광고료를 내는 체계였던 것과 달리 오픈 서비스는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겉으로는 배달앱 서비스 이용 음식점들과 플랫폼 업체의 상생을 내세웠지만, 이는 누가 봐도 서비스 이용 점주들의 부담을 배가시키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배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본격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비판 강도가 예상 외로 강해지자 배민은 과금체계 개편 계획을 철회했다.

이 일이 잠잠해지려 하는 요즘 또 다른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 주제 또한 ‘갑질’이다. 요지는 요기요가 이른 바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한다는 명분 하에 사실상 음식점주들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요기요가 기획한 문제의 최저가 보장제는 고객들이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 가격이 전화로 직접 주문할 때의 가격보다 비쌀 경우 5000원 한도에서 차액의 300%를 보상해주는 제도였다. 얼핏 보면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사실상 점주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화를 통해 직접 주문 받는 것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나마 비난을 덜 샀을 수도 있다. 요기요는 한 발 더 나아가 전화 주문시 음식값을 싸게 받는 점주들에게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요구에 반발하는 점주들에게는 앱에서 해당 음식점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일부 점주들과는 아예 계약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요기요의 그 같은 행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고, 결국 피해 점주들은 이를 당국에 신고했다. 이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이어졌고 27일 제재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진다.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를 열고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한다. 요기요의 행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회의 소집의 구체적인 목적이다.

배민에 이은 요기요의 갑질 논란은 국내 배달앱 서비스의 독과점 체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서비스 시장은 배민과 요기요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달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공개한 배달앱 서비스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배달앱은 배민(59.2%)과 요기요(35.6%) 등의 순이었다. 이는 응답자의 94% 이상이 상위 2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여겨 볼 점은 이들 두 개 서비스가 하나의 기업에 의해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요기요 운영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로부터 지분 87%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공정위는 두 개 기업의 합병을 승인할지 여부를 두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배민이나 요기요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배달앱 서비스 3위인 ‘배달통’ 역시 딜리버리히어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한 개 회사가 상위 3개 서비스를 모두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시장 전체를 지배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소시모는 지난달 27일 배달앱 서비스 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취지상으론 기업결합 승인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시모의 의견서는 앞서 실시된 두 개 서비스 통합에 대한 소비자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을 토대로 작성됐다.

앞서 경기도 또한 “기업결합에 대한 엄중한 심사”를 요구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한 바 있다.

세간의 논란에 대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 관계자는 26일 “요기요 앱 내 전화주문 기능이 도입된 때는 2015년 6월이었다”며 그 이전에는 전화 주문 기능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3년부터 갑질 논란이 시작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들에 대해 반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저가 보장제는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해 마련된 제도였을 뿐 판매업주를 제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측 반응을 보니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지 여전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의도하는 방향은 다르겠지만, 이 관계자의 말대로 공정 당국이 합리적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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