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세계순위가 1년 만에 2계단 하락해 10위를 기록했다.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7일 발표한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의 명목GDP 통계에 따른 것이다. 세계 상위권 국가들을 망라해 집계한 것인 만큼 이날 발표된 순위는 곧 세계순위를 의미한다.

OECD가 밝힌 지난해 한국의 명목GDP는 1조6421억8390만 달러였다. 1위는 21조4277억 달러로 집계된 미국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13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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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음 순위는 중국(14조3429억3400만 달러), 일본(5조817조6950만 달러), 독일(3조8462억4570만 달러), 영국(2조8271억1320만 달러), 프랑스(2조7080억550만 달러), 이탈리아(2조12억4440만 달러), 캐나다(1조7363억2820만 달러), 러시아(1조6998억7690만 달러) 등이 차례로 차지했다.

한국 다음에는 호주(1조4210억9540만 달러), 스페인(1조3941억1630만 달러), 멕시코(1조2582억8450억 달러), 인도네시아(1조1191억9080만 달러) 등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이상의 14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명목GDP는 각각 1조 달러 미만에 머물렀다.

한국의 GDP 순위 하락은 명목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OECD의 조사 대상 47개국 가운데 45위에 해당하는 성장률이었다.

한국의 명목GDP 순위가 뒷걸음질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위에서 14위로 떨어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그 이후 2009년엔 13위, 2014년엔 11위, 2015년에는 10위로 올라섰다. 그러다가 2018년 8위로 순위를 더 끌어올렸다.

작년 한국의 1인당 명목GDP 순위는 국가 순위와 달리 제자리를 유지했다. 순위는 통계 자료가 집계된 35개국 중 22위였다. 한국의 1인당 명목GDP는 3만1682달러로 2018년(3만3340달러)에 비해 감소했지만, 다른 주요 선진국들이 동반 감소하는 바람에 기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상에서 언급된 GDP가 명목 수치라는 사실이다. 명목GDP는 흔히 우리가 경제성장률을 말할 때 활용하는 실질GDP와는 다소 성격을 달리하는 개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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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GDP는 해당 연도의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산출하는 GDP 개념이다. 경상GDP로도 불린다. 그런 까닭에 명목GDP는 해당 연도의 물가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즉, 명목GDP는 해당 연도 물가가 높다면 그 집계치도 덩달아 올라간다. 물가가 낮은 경우라면 그 반대로 명목GDP도 줄어든다. 가령, 특정 연도에 생산량이 늘지 않았더라도 물가가 상승했다면 명목GDP는 늘어나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속성 탓에 명목GDP는 연도별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는 부적합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 수치를 성장률 추세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하려면 매년 물가가 일정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명목GDP가 유용하게 쓰이는 곳도 있다. 앞서 언급된 경제규모의 국가별 비교가 그 사례에 해당한다. 시간 흐름에 따른 GDP의 변동 추세를 보여주는 데는 부적합하지만 특정 연도의 국가별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데는 오히려 명목GDP가 더 적합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실질GDP는 기준연도를 정해둔 뒤 그 가격을 토대로 산출된다. 특정연도의 물가 변동 요인이 배제된 개념인 만큼 실질적인 최종 생산물 총량의 변화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된다. 우리가 흔히 성장률을 말할 때 활용하는 GDP가 이에 해당한다.

종합 정리하면 명목GDP는 경제규모를 파악하는데, 실질GDP는 경제성장률을 파악하는데 각각 활용되는 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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