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시장의 일반적 예상을 앞지른 것이어서 전격적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결정으로 한은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에 바짝 다가선 0.50%까지 내려갔다.

이번 금리 인하 조치엔 몇 가지 특별한 면들이 있다. 그 하나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추가 인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두 달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경제 상황이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나빠졌음을 말해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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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론 한은이 이번에 올인하다시피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통적 방식의 통화정책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를 강조하려는 듯 실효하한이란 표현을 썼다.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지지 않을 정도의 범위에서 가능한 한 가장 낮게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한은으로서는 특별한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더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이상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로써 한은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은 한 동안 내려갈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우리의 금리 차는 최소 0.25%포인트까지 좁혀져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두고는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적어도 다음번 통화정책 회의 때까지는 실탄을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느낀 위기감은 시장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그걸 말해준다. 한은이 이번에 새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치보다 2.3%포인트나 낮아진 -0.2%였다.

한은의 전망치가 대개 민간경제연구소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보다 후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마저 일말의 기대가 더해진 것일 수 있다. 한은 스스로도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위기감이 한은으로 하여금 급속한 금리인하의 역효과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조정에 나서도록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이제부터 금리인하 결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 조치로 늘어날 시중 유동성이 유용한 곳으로 흘러들도록 유도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실 금리가 이 정도 수준으로 낮아지면 기업들은 기채 의욕을 키우게 된다. 이자가 낮은 만큼 돈을 끌어오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다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물경제가 활발히 살아있거나, 적어도 투자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기업들의 자금조달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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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명약관화하다. 기업 활동과 투자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와 장애를 당사자 목소리를 토대로 제거해주는 것이 그것이다.

주52시간제의 유연한 운영과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공정 당국의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의 신중한 재검토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장기적 과제로서 검토해볼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지금 당장 시행하기엔 무리가 있는 방안이다. 기력이 쇠진한 환자에게 격렬한 운동을 강요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인세율 조정도 이참에 검토 대상에 올려볼 만한 사안이다.

때마침 외신들은 독일 집권당이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과제를 제안서 형식으로 발표했다고 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독일 역시 재정 투입을 늘리고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데 따른 결정인 듯 보인다.

독일 사례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호응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면밀히 살펴보고 참고하려는 자세를 가져봄직한 일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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