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서 주가가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맞물린 현상이다.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을 두고 그동안은 ‘U자형’ 또는 ‘L자형’을 거론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요즘 들어서는 ‘V자형’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허픙이 가미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V자형’을 넘어 ‘로켓’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의 5월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을 비웃듯 13.3%란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한편 신규 고용이 250만명 이상이나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분위가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2200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심리적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1500선마저 붕괴됐던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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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증시에서는 서서히 고점 논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주로 의존하는 양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경계심을 키우는 직접적인 요인은 주식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부풀려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다. 8일 한국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정도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를 나타냈다. 이는 2002년 7월의 25.31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PER은 주식가격/주당순이익을 나타내는 값으로서 주가가 기업의 실적에 비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주가가 실적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PER 수준을 토대로 향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해결 기미와 각국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주가가 한동안 상승 국면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의견이 맞서면서 시장에서는 고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채권시장 흐름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기업 실적이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주가 상승세는 더욱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개미들의 차익실현 움직임도 상승 흐름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은 2조40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들이 2조2000억여원, 외국인이 2400억여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미들이 주가가 오르자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기타 변수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논의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11일, 이하 한국시간)와 그 이틀 전에 나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경기전망 보고 등이 있다. 또 10일 발표될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슈다.

미 연준이 11일 발표할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는 획기적 내용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0.00~0.25%)보다 기준금리를 더 내려 마이너스로 가거나 추가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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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준이 점도표를 발표한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이를 통해 향후 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해갈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각자의 금리 전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행 제로금리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묵은 현안이긴 하지만 미·중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홍콩보안법 문제 등으로 다시 험악해진 양국 간 분위기는 쉽사리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석 달 전과 다소 다른 시각으로 중·미 간 무역협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1단계 합의가 순탄하게 이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엄포성 발언이었다.

트럼프의 새로운 대중 압박은 미국산 랍스터 수출과도 연관돼 있다. 그는 대중·대유럽 랍스터 수출과 관련해 중국 및 유럽이 관세를 내리지 않으면 다른 수입품들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주 코스피 등락 범위로 2100~2190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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