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사태의 악몽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또 한 번 한국 제약산업의 신뢰도를 심각히 훼손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 새로이 악명을 얻게 된 곳은 보톡스제 ‘메디톡신’ 생산 제약사인 (주)메디톡스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생산·판매해온 메디톡신 제품 3종류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허가 취소 일자는 이달 25일이다.

허가 취소 품목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메디톡신주’와 ‘메디톡신주 50단위’, ‘메디톡신주 150단위’ 등 세 가지다. 이들 제품은 흔히 보톡스제로 불리는 모톨리눔 톡신 제제로서 주름 제거 목적 등의 미용성형 시술에 쓰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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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의약품은 지난 십수년 동안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들 제품을 앞세워 보톡스제 품목 허가를 받은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그간 외국산 수입에 의존해온 보톡스제 공급이 국내 기업에 의해 이뤄지면서 메디톡스도 승승장구했다.

이번 사태가 나기 직전까지 메디톡신 관련 제품은 메디톡스가 올리는 연간 매출의 40% 정도를 감당해냈다. 메디톡스엔 이들 제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이 엉터리 재료에 의해, 엉터리 제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식약처가 밝힌 메디톡스의 비도덕적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심각했다.

메디톡스의 엉터리 행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돼 발표됐다. 그 내용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면서도 허가 원액인양 서류를 조작했고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약품 효력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시험) 결과가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그에 부합하는 것으로 허위 기재를 했으며 △조작된 서류를 식약처에 제출함으로써 국가출하 승인을 얻은 뒤 해당 제품들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것 등이다.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을 논하기에 앞서 행위 내용이 혀를 차게 할 만큼 부도덕하고 파렴치했다고 할 수 있다.

메디톡스의 불법 행위들은 전 직원의 공익제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작년 5월 메디톡스에 근무했던 사람이 공익대리 변호사를 통해 전 직장의 불법 행위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검찰이 약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메디톡스의 정현호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는 식약처 조사로 이어졌다. 식약처는 검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지난 4월 17일부터 문제의 제품들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판매 및 사용을 금하는 조치를 취했다. 약사법 위반을 들어 품목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식약처는 이번에 또 다른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인 ‘이노톡스’에 대해서도 별도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내용은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수준인 과징금 1억7460만원 부과였다.

이번 메디톡신 사태는 인보사 사태와 함께 한국의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일이 향후 국내 신약개발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당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품) 강국 이미지마저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건강과 공공복리 훼손이라는 국내 차원의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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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측은 이번 일이 안전성 우려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식약처 또한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 자문한 결과 안전성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을 접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메디톡신 사태에 내포된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외 관전자들 모두 ‘어디 메디톡신뿐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메디톡스 못지않게 식약처에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식약처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애시당초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스스로 인정했듯이 메디톡신 사태는 위해도가 비교적 낮은 의약품들이라는 이유로 당국이 관리·감독을 느슨하게 한 데서 비롯됐다. 위해도 1단계 제품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무작위 추출을 거쳐 국가검정 시험을 실시하는 성의를 보였더라면 이런 유의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약품은 사람 몸에 투입되는 것인 만큼 위해도가 낮다고 해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해둘 대상이 아니다. 식약처도 관리·감독 체계 개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동시에 유사 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제도의 이행 의지다. 엄단 의지는 오히려 그 다음의 일이다. 아무리 무겁다 한들 엄단 또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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