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내성이 덩달아 다져지는 바람에 정부 대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독한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나타나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과 같다. 그러자 이젠 시장경제의 한계를 넘보는 수단까지 동원되기에 이르렀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집값이 움직인다 싶을 때마다 부동산대책들을 쏟아냈다. 그 과정은 오기가 느껴질 만큼 집요했다. 주무 부처를 넘어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은 것만도 벌써 다섯 번째다. 2017년의 6·19대책과 8·2대책, 그 이듬해의 9·13대책, 지난해의 12·16대책, 그리고 그제 발표된 6·17대책 등이 그에 해당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회가 거듭될수록 대책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현 정부 초기엔 그래도 핀셋규제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절제하는 모습이 일부 엿보였다. 하지만 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자 무차별적으로 규제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그 강도도 세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6·17대책은 그 결정판이라 할만했다. 세정 및 사정 당국까지 총동원된 광범위한 종합대책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 담긴 규제강도는 끝판왕이라 할 정도로 강력했다.

문제는 그 강도의 세기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강한 수단을 찾다보니 갖가지 무리수가 동원됐다는 것도 문제다. 그로 인해 6·17대책이 발표된 이후 정부가 사유재산권 침해를 넘어 거주이전의 자유를 억제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또한 반짝효과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 전망한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 강도를 높여 집값만 강압적으로 내리누르려 해서는 결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원인치료는 제쳐둔 채 대증치료에만 치중하니 성공할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6·17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점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명분도 좋지만, 규제가 지나쳐 개인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송파구와 강남구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다.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할 이 제도를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의 수단으로 동원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도로부지 확보나 자연녹지 보존 등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이 제도의 남용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주택은 실거주용이어야 한다는 정책 당국의 과도한 집착도 갖은 부작용을 낳는 요인이다. 의무입주 케이스가 갑자기 늘어나면 곳곳에서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기존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자가 거주를 위해 살던 집을 비워주어야 하고, 주택 매입이 곧 실거주로 이어지는 상황에선 그만큼 임대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주거 환경이 좋은 거래다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의무 거주 및 입주 조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을 얻으려는 사람 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산 사람은 2년 이상 의무거주 기간을 채워야 한다. 또 규제지역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산 사람은 6개월 이내에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 같은 의무입주 강화 정책은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대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마구 쏟아내다 보니 기존 것과 새로운 대책이 충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충돌 지점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임대주택이다. 이전에 정부로부터 임대주택 등록을 권장받았던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이번 6·17대책으로 인해 자신이 사업용으로 보유한 임대주택에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됐다. 임대사업자 중엔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의무임대 기간이 설정된 집에 의무적으로 입주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할 추후 대책이 또 나와야 하겠지만, 이는 대책 남발이 낳은 코미디 같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 다수는 이번 대책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내성만 더 키워줄 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 같은 전망의 바탕에는 공급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규제 일변도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경험적 자각이 자리하고 있다.

누누이 강조됐지만,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는 마당이다. 이를 무시한 채 규제 강도를 한없이 높여간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만 커지게 된다. 시장의 내성을 이겨낼 더 강력한 수단이 새삼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6·17대책은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오히려 인기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는 물론 재건축 자체를 죄악시하는 모종의 인식이 정책 당국자의 뇌리에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대로 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정책비용의 낭비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시장원리에 순응하면서 정부 개입은 공급 조절 등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이렇다 할 논리적 근거도 없이 35층으로 묶여 있는 서울의 아파트 층고제한을 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대안 중 하나다.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