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52%나 올랐다는 조사 자료가 공개됐다. 자료를 낸 곳은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유별나게 많은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효과만 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자료가 발표되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부동산 가격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큰소리쳤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민망해 할 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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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발표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주무 당국인 국토교통부는 24일 경실련의 발표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요는 경실련의 발표에 담긴 아파트가격 자료가 통계를 과잉해석한 결과로서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루 전 경실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아파트 값은 52%나 올라갔다.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와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때의 상승률은 각각 -3%와 29%였다.

현 정부를 뼈아프게 만든 내용은 이뿐이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전국 아파트 가격 추이였다. 정권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명박 정부 6%, 박근혜 정부 27%, 문재인 정부 20%로 나타났다. 이는 곧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과 지방 간 아파트가격 양극화가 보다 심화됐음을 말해준다. 자산가치에 있어서의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의미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까지 친절하게 조사해 공개했다. 그 결과는 이명박 정부 때 35조원 감소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155조원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발생한 불로소득은 493조원에 달했다. 빚내서 집 살 것을 사실상 권유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 서울 아파트 값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훨씬 더 오른데 따른 결과다.

정부를 자극할 내용은 또 있었다. 각 정권 말을 시점으로 삼아 최저임금 소득자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에 대한 분석 자료가 그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명박 정부 38년, 박근혜 정부 37년, 문재인 정부 43년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꿈 실현 가능성은 더 옅어진 셈이다.

작년 4분기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1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걸리는 기간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길어졌다. 그 기간은 72년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 정부 초보다도 31년이 더 길어졌다. 앞선 정권에서의 임기 초 및 임기 말 기준 소요 기간은 이명박 정권 48→35년, 박근혜 정권 35→41년이었다.

5분위 가구에서의 서울 아파트 구입 소요 기간은 정권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정권별 소요 기간은 이명박 정부 7년(임기 초)→6년(임기 말), 박근혜 정부 6년→7년, 문재인 정부 8년→10년 등으로 조사됐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넢어갈 점은 이상의 경실련 발표 내용에 담긴 아파트 값의 정확한 개념이다. 경실련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의 중위가격이었다. 중위가격이란 여러 아파트의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값을 의미한다.

정부가 경실련의 발표 내용을 문제시하는데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국토부는 경실련 발표에 나온 아파트 가격이 ‘KB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한 경실련의 분석이 시장 상황을 과잉해석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국토부로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한 채당 3억1400만원(52%) 상승했다는 경실련의 주장을 부정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국토부는 거래된 아파트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통계를 내면 그 자료로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문 정부 기간처럼 저가 노후 아파트 멸실이 많아지면서 신축 아파트 물량이 늘어나는 때엔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런 만큼 그 자료를 토대로 시계열 비교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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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주장과 함께 국토부는 국가통계의 기본자료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감정원 조사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3년 동안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4.2%였다.

국토부의 주장엔 일견 수긍할 부분이 있다. 실제 거래된 아파트만을 상대로 퉁계를 낼 경우 거래가 활발하거나 인기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만이 근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자본력을 갖춘 투기세력이 고가 아파트 위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현상이 심화된 상황이라면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감정원 자료를 최상이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해당 자료 역시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심심찮게 받아왔다. 감정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는 각 표본의 시장가격을 조사한 뒤 그 내용을 지수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 과정에서는 실거래가 외에도 호가 수준이나 인터넷 매물 가격동향 등을 두루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체감 가격과의 괴리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체감으로 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를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자료가 더욱 정확하다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멸실된 노후 아파트를 싸잡아 저가 아파트로 치부한 국토부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강남구나 서초구 등의 저층 아파트들처럼 이미 멸실신고를 마친 아파트 중엔 고가로 거래된 것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특정 주장이 옳든 그르든,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이전 정권 때보다 많이 올랐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경실련도 이번에 자료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의 제안대로 공시지가를 두 배로 올리는 등의 방법이 옳은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책 오류 지적만큼은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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