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0.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16일 열린 정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통해서였다.

금통위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진작부터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에 동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두 번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당분간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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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지난 3월 예정에 없던 금통위 회의를 소집해 빅컷을 단행했다. 0.25%포인트씩 내리던 관행을 깨고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그 다음에 열린 5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한은은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0.5%까지 내려갔다.

이때부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0.50%포인트로 좁혀졌다. 0.25%포인트 단위로 한 번만 더 금리를 내려도 미국의 상단금리와 같은 수준이 되는 상황을 만난 것이다. 이는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는 전부터 거론돼온 실효하한 논란과도 연결돼 있다. 금리를 내릴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는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다는 인식이 한은 내부에 팽배해 있었다는 의미다. 실효하한이란 중앙은행이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지칭한다.

기타 경제적 환경도 금리 동결 결정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시 당장 우려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다. 통화정책의 제1 목적에서 다소 벗어난 주제이긴 하지만 자산시장의 안정성 확보는 한은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몹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52% 상승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부동산 관련 국가통계 자료 제공처인 한국감정원도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주간 상승률이 전주보다 0.11% 상승했다고 밝혔다. 7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이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은 시중에 떠도는 풍부한 유동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돈들이 갈 곳을 못 찾은 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기웃거리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렸다가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아도 증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물경제와 겉도는 흐름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시에 일부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시장이 불안감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금융시장은 차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점 또한 한은 금통위원들의 금리 동결 결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의 1.36%보다 크게 낮은 0.84%를 나타냈다. 이후 채권금리는 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도 안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로 온 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지난 3월만 해도 128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크게 낮아진 상태를 이어가는 중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마감가 기준 1200.5원을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 이유로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을 거론했다. 지금의 시중 유동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탈출을 위해 저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투자처를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향후 흐름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각종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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