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한다며 세금 폭탄을 퍼붓자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지고 있다. 그들 중엔 결코 부자라 할 수 없는 평범한 이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폭탄 투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들자 아우성은 더욱 요란해졌다.

1차분이라 할 건물분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본 이들은 대개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말한다. 0%대란 숫자에 익숙해질 만큼 저물가·저금리가 이어지는 지금 전년보다 20~30%대까지 늘어난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이래도 되는 거냐’,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는 열띤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경제상황을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률마저 1%대로 제한된 상황에서 생긴 일이라 불만은 분노로 변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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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조만간 추가로 날아들 2차분 재산세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탄식으로 이어지곤 한다. 두 달 뒤 나머지 절반의 건물분 재산세와 토지분 재산세를 마련하느라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맬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 건물분 재산세 상승률(전년 대비)이 14.6%나 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따로 분류해 집계한 결과 그 비율은 22.2%로 더 커진다. 신축 아파트가 밀집된 강동구의 경우 재산세 총액 상승률이 39.3%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올해 재산세 폭증은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이 높아진데서 비롯됐다. 세율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공시가격을 크게 높임에 따라 결과적으로 세금부담이 무섭게 커진 것이다.

재산세 폭탄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그릇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다. 세금 폭탄을 통해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줌으로써 수요를 억제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무차별적 폭탄 투하로 인해 애꿎은 다수의 1주택자들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기응변적이고 거친 부동산 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세금을 부동산 정책 이행 수단으로 이용하는데 있다. 주지하다시피 조세정의의 기본은 공평과세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한 명구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표현이다. 공평과세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각자 돈을 버는 방법이 다를지라도 동일한 소득수준을 누리는 국민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다. 이는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반면 현 정부처럼 세금 중과를 주택 수요 억제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조세정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다. 유독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에만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공평과세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가 지나치다는 점도 문제다. 마치 ‘한 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주택에 대한 세금을 마구 올리는 것은 너무 거칠고 아마추어적이다.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범법과 무관한 다주택자들을 범죄인 다루듯 하는 것부터 잘못된 일이다. 근래 들어서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도 은근히 범법자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 가운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서울의 아파트 보유자 절반 이상이 9억 이상의 ‘고가 주택’ 보유자가 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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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세금 폭탄은 필시 조세저항을 부른다. 실제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검 챌린지가 그 사례 중 하나다. 최근의 부동산 관련 실검 챌린지를 대표하는 문구로는 ‘못살겠다 세금폭탄’ 등이 꼽힌다. 저항은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폭탄에 분노한 서울 시민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조세저항의 확산은 세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이런 분위기에선 자진납세 의욕이 꺾이고 대신 사회 전반에 걸쳐 탈세를 정당화하려는 심리가 싹틀 수 있다.

지금의 조세저항 움직임은 정부가 선무당 사람 잡듯 세금을 함부로 부과한데서 비롯됐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론 안 된다. 원칙적 문제를 떠나 기술적으로도 잘못됐다. 세금 징수는 거위털 뽑기에 비유되곤 하는데, 이는 거위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나씩 조심스레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으니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집 가진 사람들의 고통은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 징수는 철저히 합목적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본래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되는 법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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