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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집주인·세입자 모두 불안케 하는 임대차 3법
[Editorial-우리 생각엔…] 집주인·세입자 모두 불안케 하는 임대차 3법
  • 박해옥
  • 승인 2020.07.3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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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임대차 3법’이 국회 문턱을 차례로 넘어서고 있다. 세 가지 중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관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월세 신고제를 담은 부동산거래법(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도 수일 내 국회의 최종 관문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임대차 3법’으로 통칭되는 세 가지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걷게 됐다. 재산권 침해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 길에 어떤 장애물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의 입구가 가까워지면서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임대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서울 등 시장 변화에 민감한 지역에서는 이미 전세 물건이 동나버렸고, 한두 개 매물이 있는 곳에서는 ‘억’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웬만한 입지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라면 전셋값 상승률이 억 단위로 뛰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정착되면 우리사회에서 전세 개념이 아예 사라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그런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전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온전한 전세 대신 반전세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우린 지금 세입자들을 위한답시고 만들어진 제도가 세입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역설적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약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든 것 못지않게 엉뚱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집 살 능력이 없는 이들은 이제 전세금 마련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났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앞다퉈 임대료를 급격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지금 사는 집에서 2년 더 연장계약을 한다 해도 그 다음 비슷한 조건의 집을 골라 이사를 할 땐 얼마나 많은 돈을 보태야 할지 암담하다. 새로운 계약에는 5% 상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 탓이다.

세입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집주인의 반전세 또는 월세 전환 요구다. 이 경우 세입자는 적지않은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5억 전세를 보증금 1억짜리 반전세로 돌릴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때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세입자는 매달 133만원 남짓을 월세로 지불해야 한다. 전세살이 때보다 주거비가 크게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나마 전월세 전환율을 한국감정원 기준에 맞춰 계산했을 때의 얘기다. 현실 속에서는 그 이상의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된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데다 임대료 인상마저 제한을 받게 된 만큼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대 방식을 월세로 돌리려 할 것이 불보듯 뻔해졌다. 전세든 월세든 연장 계약을 불허하기 위해 자신이나 직계 존비속이 들어가 살게 하거나, 신규 계약 때 전에 못 올린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입법 취지와 달리 집주인들의 부담은 온전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나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당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당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계약갱신 거부를 위한 집주인의 편법을 막을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일이 법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쫓겨난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그 직계 가족의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설사 그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문제 해결은 지난한 일이다.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월세 환산분의 3배를 받을 수 있지만 일상에 쫓기는 일반인들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식자깨나 들었다는 이들도 ‘법대로’는 늘 최후의 수단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루틴이다. 그래도 깐깐하게 ‘법대로’를 주장할 사람 만날까 두려워 세입자 면접을 하겠다는 집주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닥친 전월세 시장의 혼란은 모두 졸속이 몰고온 후유증이다. 여당이 입법권력을 앞세워 날림공사를 하듯 법안을 마구잡이로 통과시킨 것이 근본 원인이다. 제대로 된 법안 심사와 토론이 없다보니 언론들은 비판은커녕 제대로 된 내용을 파악하는데도 애를 먹어야 했다. 야당 의원들조차 상임위 상정 법안의 내용을 표결 직전에 받아볼 정도였으니 그건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전체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국회 전산망에 의안이 처리된 것으로 입력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 모두가 닥치고 처리를 주문한 대통령, 그 말을 받아 속도전을 독려한 여당 대표, 그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복창하며 이행한 여당 의원들 탓이다. 이 정도면 ‘의회독재’니 ‘일당독재’니 하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의 일방통행식 의정 및 국정 운영은 쿠데타 세력이 마지막으로 집권했던 6공 초기에도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논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후유증은 두고두고 시장이 받아내야 한다. 그로 인한 모든 혼란과 위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등떼밀려 들어선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