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경제의 불안한 모습에 덩달아 혼란을 겪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이 3일(이하 한국시간)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피치는 지난 1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단, 신용등급은 종전 수준(AAA)을 유지했다.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이유는 공공재정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안 마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미국인들. [사진 = AP/연합뉴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미국인들. [사진 = AP/연합뉴스]

이를 반영, 3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보다 2.28포인트 오른 2251.65로 거래를 시작한 뒤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으로 주식투자 여건이 무르익었지만 그 못지않게 견제심리도 커진데 따른 흐름인 듯 보인다.

지난 한 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대체로 상승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 주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기울인 종목은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었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기부양 의지 표명도 시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었다. 연준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필요시 언제든 추가적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 의회가 곧 신규 부양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리라는 기대도 시장 분위기를 띄우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공화·민주 양당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달이 바뀌고 말았다. 이달 초엔 협상이 타결되리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주말을 거치며 나타난 이 같은 불안 요소들은 국내 증시에서 지수 상승에 대한 견제심리를 자극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요소를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주 증시가 주목할 기타 변수로는 4일 발표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지수다. 6일 나오는 미국의 7월 ISM 비제조업지수와 8일 공개될 미국의 7월 실업률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이번 주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향후 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 [사진 =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용평가사 피치. [사진 = 연합뉴스]

다만, 이번 발표에 심각한 정도의 부정적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들이 나온다. 발표 내용이 7월 중순까지의 조사를 기초로 삼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때까지는 미국의 2차 경제봉쇄 조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주 정부들의 2차 경제봉쇄 조치가 본격화된 시점은 지난 7월 중순 무렵이었다.

따라서 이번 발표 내용에는 2차 경제봉쇄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전월(11.1%)보다 다소 하락한 수준(10.6%)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자 수는 126만명 늘었을 것으로 추계됐다. 그 전달의 고용자 증가폭은 480만명이었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추이와 미·중 간 갈등 상황의 변화도 주목할 대상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하루 6만명 이상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개선될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증시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내 사용금지는 시진핑 정부의 심기를 또 한 번 불편하게 하는 조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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