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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우리 생각엔…] 부동산시장과의 싸움이 국정의 전부가 되다시피한 대한민국
[Editorial - 우리 생각엔…] 부동산시장과의 싸움이 국정의 전부가 되다시피한 대한민국
  • 박해옥
  • 승인 2020.08.0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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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부동산 3법’의 문제점 보완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시행령 등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숫적 우위를 앞세워 관련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지 열흘도 안 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근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은 천의무봉한 것인 양 자신들이 발의한 관련 법률안을 토론도 심사도 생략한 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그러나 곧바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자 제도상 허점들을 일일이 땜질하기 위해 또 한 번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 모두가 진작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여당과 정부가 먼저 손을 대려는 부분은 전월세 상한제의 골자인 5%룰의 적용 범위이다. 앞서 통과된 개정 임대차보호법엔 전월세 임대료를 기존보다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단, 신규 계약에는 5%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게 문제를 일으키자 민주당은 적용 대상에 신규 계약을 포함시키기 위해 법률 재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 [사진 =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 [사진 = 연합뉴스]

앞서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재계약시 전월세 임대료를 기존보다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정한 뒤 세부 내용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5% 이내 범위에서 조례를 통해 자체 인상률 범위를 정할 수 있게 됐다.

여권이 구상 중인 또 하나의 제도 개편 방안은 전월세 전환율의 하향 조정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전월세 전환율을 기준금리에 일정 비율을 더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준금리에 어느 정도 비율을 더할지는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령은 이 비율을 3.5%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행 기준금리 0.5%를 더한 4.0%가 현재 적용중인 전월세 전환율이다.

전월세 전환율 변경은 시행령만 손보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고려되고 있다. 정부는 전환율을 2%대로 끌어내리는 것을 검토중인 것 같다.

전월세 전환율을 크게 낮추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의 전환율 4%도 현실 속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또 하나의 땜질이 가해지려 하는 것이다.

법령을 통해 아예 전월세 가격을 정부가 지정해주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소위 표준임대료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가능케 하는 법안은 임대차 3법과 별개로 민주당 윤호중 의원에 의해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가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에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시·군·구별로 표준임대료를 매년 산정한 뒤 공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이 제도는 정부가 직접 시장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임대차 3법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표준임대료 외에도 일부 법령 개정안의 경우 이미 위헌 시비에 휘말려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이 자고나면 바뀌는 바람에 정책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혼란이 나타난지 오래다.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정책을 남발한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을 향한 정부·여당의 일방향 전투 모드는 도무지 바뀔 기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부동산 시장과의 무모한 기싸움에 올인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혼란이 가중됐던 일은 아예 기억에 없는 것 같다. 그쯤 했으면 이젠 기존 정책의 효과 등을 잠시 되돌아보면서 결코 이길 수 없는 시장과의 싸움에 행정력을 낭비해온 건 아닌지 한번 쯤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대표 필자 편입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