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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경제학개론] 쟁점화된 기본소득…코로나19로 논의 활성화
[나이스 경제학개론] 쟁점화된 기본소득…코로나19로 논의 활성화
  • 최진우 기자
  • 승인 2020.08.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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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당초 기본소득은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개념이었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미래통합당이 적극 가세하면서 관련 논의가 한층 활발해졌다. 통합당은 요즘 들어 ‘한국형 기본소득’을 내세우며 의제를 선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제 선점은 어디까지나 진보 진영 인사들의 몫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자체가 복지적 성격을 지닌 경제정책이란 논리를 편다. 모든 개인이 기본소득을 누리게 되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보장된다는 논리가 그 배경을 이룬다.

기본소득 논의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기본소득 논의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일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선창했고,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과 궤를 같이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재산 상황이나 직업 유무, 직업의 종류 등을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주기적으로, 평생 동안, 일률적으로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지급 대상은 가구가 아니라 개인이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기본소득에 담긴 취지다.

현재 전 세계 어디에도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곳은 없다. 유럽의 일부 국가 등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실험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당장 기본소득제도를 전면 도입한다면 세계 최초의 사례연구 대상으로 이목을 끌 것이 확실시된다.

기본소득 논의 활성화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요즘 전세계적 의제로 떠올라 있다. 이 의제를 표면으로 떠오르게 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감염병 사태의 충격이 국가 단위로는 가난한 나라, 개개인 차원에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원인이었다.

유엔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나섰다. 유엔은 지난달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132개 개발도상국의 빈곤층 27억명에게 일시적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그 혜택은 부자 나라 국민들에게 주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일시적이란 전제가 붙긴 했지만 유엔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복지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하려면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전보다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취약계층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결과 소득불평등 현상이 전보다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예가 무인화·자동화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감염병 파동이 우리 생활에 몰고온 비대면 선호 현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 주로, 그리고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쪽은 단순노동자들일 수밖에 없다.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심화될 불평등 현상을 방치할 경우 경제성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래픽 =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 도입엔 많은 난관이 따른다. 우선 한 국가의 복지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차별적 지원을 기본원리로 삼는 전통적 개념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둔 채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건 현실성이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점이 기본소득 의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조심스레 다뤄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기본소득제가 가져다 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대표적인 우려가 구직 활동을 자극할 동인이 약화되고 결국 경제적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구직활동 의지가 약해지면 부의 불평등이 고착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반대로 격차를 고착화시키거나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일단 기본소득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달 있었던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기본소득 문제가 거론되자 130조원의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폐기하고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전 국민에게 30만~40만원을 나눠주는 것과 어려운 계층에 한해 60만원 또는 100만원을 주는 것 중 저는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홍 부총리 역시 기본소득 논의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장기과제로 삼아 차근차근 검토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든 기본소득 논의는 이제부터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내 의석이 1석에 불과하지만 기본소득당이 의회 진출에 성공했고, 거대 정당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특히 통합당의 경우 새로운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문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