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동향을 두고 정부와 시장·민간기관이 여전히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연쇄 대책으로 인해 30대가 주도하는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구입)이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발언을 통해 재차 확인됐다.

홍 부총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갭투자 규제책으로 물량이 조금씩 나온 것으로 안다”며 “30대의 패닉 바잉도 많이 진정됐다”고 말했다.

20일 국회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20일 국회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그는 또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값 상승률이 0.02%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멈춰 있고, 특히 강남에서의 상승률은 0.00%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주간 아파트 값 상승률 또한 이달 초 0.22%를 기록했다가 최근 0.18%로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주요 대책이 발표된 뒤엔 8주 정도가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발표와 시장의 반응 사이엔 다소 시차가 있으니 최근 연이어 나온 부동산 대책들이 조만간 효과를 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홍 부총리의 주장은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자료를 기반으로 삼은 듯 여겨진다. 감정원이 밝힌 17일 조사 기준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0.02%였다. 이는 지난주와 같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강남 4구의 아파트 값은 이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0.00%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남 및 강동구는 나란히 0.01% 상승률을 나타냈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의 아파트 값은 2주 연속 보합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값이 고가 위주로 안정되어가고 있다고 볼 여지를 남겨준 측면이 있다.

숫자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감정원 집계치는 홍 부총리의 국회 답변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엔 시장의 체감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 내용과 상반되는 민간 연구기관의 부동산 시장 전망도 제시됐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정부의 부동산대책 영향 분석 및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가 그것이었다.

이날 한경연이 분석·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주택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특히 서울 강남 4구에서는 올 하반기 중 작년 동기에 비해 7% 이상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기록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는 입지에 대한 선호 확대, 정부의 공급대책 미흡 등이 지목됐다.

서울 및 수도권과 기타 지방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제시됐다. 한경연은 수도권 상승률이 2.5%로 예상되는 반면, 지방에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 전망치는 0.8%였다. 한경연 분석대로라면 서울과 지방 간 집값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지게 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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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경연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전에는 최소 2~3개월 관망기가 이어졌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대책 발표 즉시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8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대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홍 부총리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경연은 관망기가 사라진 원인으로 패닉 바잉을 들었다. 정부 대책이 몰고온 혼란과 극단적 규제가 불안감을 낳고, 그 같은 불안심리가 패닉 바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한경연의 분석이다.

주택 공급물량 부족과 3000조원이 남는 유동자금,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대규모 보상금 지급, 다주택자들의 증여를 통한 우회거래 등도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들로 거론됐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패닉 바잉 현상은 극단적 규제가 존재하는 한 상당 기간 추격매수세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 같은 부작용을 없애려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공급대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또 한시적으로라도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퇴로를 열어주고, 공급대책도 공공주도형 대신 민간친화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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