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핵심 쟁점은 윤종규 현 회장의 3연임을 용인할지 여부다. 물론 아직은 윤 회장 본인의 연임 의지나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KB금융그룹 내부는 물론 전체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의 재도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종규 회장이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마치고 또 한 번 연임에 성공하면 KB금융그룹에서는 처음으로 3연임 성공 사례가 만들어진다. KB 이외의 금융그룹들에서는 몇몇 3연임 사례가 기록돼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 = 연합뉴스]

금융권 관측에 따르자면 본인 의지만 있다면 윤 회장 연임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그는 두 차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내분을 수습하고 KB금융을 리딩금융사로 발돋움시켰다. 윤 회장은 2017년 KB금융지주를 순이익 기준 업계 1위로 올려놓았고, 올해 2분기엔 신한금융에 잠시 내주었던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비은행권 사업 진출에 심혈을 기울여 업종 다양화를 꾀한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올해 안에 프루덴셜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안은 현재 금융위원회 최종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두 차례의 회장직 수행을 통해 얻어진 경륜과 노하우도 윤종규 회장이 차기 수장 선출 과정에서 누릴 강점으로 꼽힌다.

정황상 윤 회장은 현재 거론되는 가상 후보군 중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상 주자로서 그가 확보한 입지는 노조의 반응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KB금융노조는 막 시작된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윤종규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노조는 윤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윤 회장에게는 노조 반대가 3연임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가장 큰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면서 윤종규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지난 20일 여의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같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연임 반대 근거로 조합원 설문조사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달 12일 진행된 노조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5%가 윤 회장 3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 조사엔 소속 조합원 1만7231명 가운데 7880명이 참여했다.

[이미지 = KB금융지주 제공]
[이미지 = KB금융지주 제공]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힌 이유 중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단기 성과 위주로 업무 강도가 심화됐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연임 반대 이유로 지목한 비율이 32.2%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가 설문조사 결과를 앞세워 마치 소수가 그룹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금융은 현재 노조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첫 회의를 가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미 일정을 확인한데 이어 오는 28일 두 번째 회의를 갖는다. 앞서 회추위는 1차 후보군 10명을 선정했다. 여기엔 윤종규 회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이 명단을 토대로 이달 중 4명을 추려내고, 다음달 16일 최종 후보 1인을 투표로써 결정한다. 최종 후보로 낙점되려면 회추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최종 후보 1인은 윤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선임을 확정받는다.

노조의 반발과 관련, KB금융 측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 설문조사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당초 10개 노조 지부가 참여하기로 했으나 결국 3개 지부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추천 절차와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개방성, 최신성을 두루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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