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702원으로 확정했다. 올해의 1만523원에서 1.7%(179원) 인상된 액수다. 이로써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가 법정 월 노동시간인 209시간을 일하면 월급으로 223만6720원을 받을 수 있다.

내년도 서울시 생활임금은 최근 정부가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인 시급 8720원보다 1982원(22.7%) 많은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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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시는 새로 책정된 생활임금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5%), 도시 노동자 3인 가구의 가계지출 현황,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에 서울연구원이 개발한 ‘서울형 3인 가구 가계지출모델’을 참고하되 빈곤기준선을 3인 가구 가계지출 중윗값의 59.5%로 상향조정했다. 서울시 생활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시의 재정 사정도 동시에 고려됐다.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는 제한적이다. 일단 공무원 보수 규정과 무관하게 일을 하는 서울시 및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직접고용 노동자가 그 대상이다. 서울시 투자기관 자회사 소속이거나 민간위탁 노동자. 기타 시가 주도하는 사업의 공공근로자들도 서울시 생활임금을 적용받는다. 적용 대상자 수는 대략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에서 보듯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생활임금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의 물가 수준 등 지역 특성까지를 감안해 결정한다. 따라서 지역마다 액수에서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최저임금이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과 구별된다.

생활임금이 지역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산정 원리는 같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 보장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최저임금이 법률을 근거로 하고 있고, 강제성을 지니는 것과 달리 생활임금은 지자체별 조례를 근거로 삼고 있다. 민간에서의 고용과 무관하다는 점도 최저임금과 다른 점이다.

국내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곳은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다. 두 지자체가 생활임금을 최초 도입한 때는 2013년이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서울시가 2015년에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각 광역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례 제정을 통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게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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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로 액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생활임금은 예외 없이 최저임금을 능가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세종시(9378)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급 1만원 이상을 책정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을 초월해 기관 단위로 생활임금제가 시행되는 예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관할 공립학교나 교육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일용직 등에게 자체적으로 산정한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책정된 서울시교육청의 생활임금은 시급 1만850원이다.

생활임금은 유럽 등 선진국가들에서 먼저 도입된 개념이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면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의 경쟁적 도입으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난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뒤 마구 액수를 올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민간 부문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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