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전환율이 기존 4%에서 2.5%로 내려간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와 공포를 거친 뒤 이달 29일부터 시행된다.

공식 행정용어로 월차임전환율이라 불리는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억원 짜리 전세를 보증금 5억+월세로 전환할 경우 나머지 5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월세는 ‘(5억×0.025)÷12=104만1666원’이 된다. 즉, 보증금 5억원을 임대인에게 맡긴 뒤 매달 104만여원을 월세로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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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전환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현재 0.5%)에 일정 연 이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기준금리에 더해지는 연 이율이 3.5%였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추가 이율이 2%로 하향조정됐다. 이로써 향후 전월세전환을은 ‘0.5%+2%=2.5%’로 낮아진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 시행된 것에 맞춰 동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비춰볼 때 기존의 전월세전환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또 높은 전월세전환율로 인해 임차인들이 월세로 거주할 경우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새롭게 정해진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차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 또는 반전세로 바꾸는 경우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의한 재계약 때 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시행령상 기준을 위반한다면 법률적으로 임대차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 근거 법은 시행령보다 상위의 법령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반면 새로운 기준의 전월세전환율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무관한 계약과 임차인이 바뀌는 신규 계약 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거꾸로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애초부터 이 비율은 적용될 수 없다.

새로운 전월세전환율 기준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우려는 개정된 시행령 내용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시행령 상 정해진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사인 간 거래에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기도 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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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도 기존의 4% 원칙은 시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간 서울이나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실제로 적용돼온 전월세전환율은 5%를 상회했던 게 사실이다.

향후 과도한 전월세전환율을 요구받은 임차인이 의지할 곳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사소송을 통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임차인이 일일이 기관 또는 법적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따라 입법을 통해 전월세전환율이 강제성을 띠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을 통해 전월세전환율 규정에 강제성을 부여한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신규로 임대차계약을 할 때 전세보증금 자체를 크게 올린 뒤 보증금 전부나 일부를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월세전환율 2.5%를 정확히 지킨다 해도 기준값이 커지는 만큼 임차인이 지불해야 하는 월세는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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