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안팎에서 구설을 자초했다. 이동걸 회장은 노골적인 정치 행보로 정치중립 위반 시비에 휘말렸고, 산업은행은 대출업무 관리 부실로 도마 위에 올랐다. 회장이 내부 단속은 소홀히 하면서 정치 행보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2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일부 대기업에게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사용토록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해당 대기업들과 무관한 우대 금리를 잘못 적용함으로써 그들 대기업에 부당한 이득을 안겨준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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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 자료에 의하면 산업은행은 지난 4년여 동안 대기업 집단에 해당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업 25곳에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이용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기업에 대출된 금액은 3116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혜택을 본 기업 중엔 OCI그룹과 현대중공업 소속 기업 및 SK 계열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기업은 문제의 대출상품을 활용한 덕분에 0.3%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았다.

현재까지 고의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출 착오로 보인다는 의미다. 대출 착오의 원인은 대출심사 과정의 부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지원 요건 착오와 기업분류 착오가 각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번 사고는 관리 부실이 부른 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내부 관리 부실이 이어지는 동안 이동걸 회장은 은행 밖에서 엉뚱한 행동을 벌이다 구설수에 올랐다.

사단은 지난 22일 있었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전기만화책 출판기념회에서 한 발언이었다. 이동걸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이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며 ‘가자, 20년’ 건배사를 제안해 물의를 일으켰다. 자신이 “가자”라고 외치면 나머지 모두가 “20년”을 외쳐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20년 동안 이어지도록 힘을 모으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낯뜨거운 아부성 발언을 했다”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한국산업은행법 상 이동걸 회장은 공무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굳이 산은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산업은행 회장은 국책은행의 수장인 만큼 공적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노골적 정치 행보를 보였다면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진짜 큰 문제는 대출업무와 관련한 내부 부실 사례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징계조치도 없이 일이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착오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이미 개선 조치가 완료됐다”며 “징계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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