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재산세제 일부 손질을 시도한다. 다주택자를 잡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부동산 대책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1가구 1주택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세금폭탄이 가해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고, 정책 실패로 집값까지 뛰는 바람에 1주택자들도 예외 없이 세금 폭등을 경험하게 됐다. 많은 1주택자들은 자신의 집이 졸지에 고가주택 반열에 드는 바람에 소득과 상관없이 급격히 커진 세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구간별 세율은 그대로라지만 공시가격 상승은 사실상 세율 인상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1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여권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쪽은 민심에 보다 민감한 여당이었다. 여당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이 야당 쪽으로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장 보선은 여당 쪽의 귀책사유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가해지는 정치적 부담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부산시장 보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으로서는 후보를 내는 것부터가 순탄치 않은 과정일 수 있다. 당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에 따르자면 자당의 귀책사유로 인해 치러지는 재·보선에는 후보를 낼 수 없는 탓이다. 당장 범여권으로 분류돼온 정의당에서도 민주당은 내년 4월의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 공천을 강행한다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시빗거리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내세우며 후보를 공천하려 하고 있다. 현재 기류로 보아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할 수 있다. 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재산세 감면 논의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 자체가 유력한 근거 중 하나다.

지금까지 전해진 바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보유세 중에서도 재산세제를 손질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종합부동산세제는 일단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가 지닌 보편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이 그 이유인 듯하다.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일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가주택에 한해 부과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더불어민주당의 주택 보유세제 변경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돼 있다. 당내에 미래주거추진단을 구성한 것부터가 그 같은 기류를 보여준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미래주거추진단 구성 사실을 알렸다. 이와 함께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은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한 의장은 20일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종부세 감면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토한 바도, 계획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고령의 장기보유 1주택자에게는 80%까지 종부세 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다만, 당정협의를 통해 재산세 부분은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공시가격 재조정을 그 방안 중 하나로 예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의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인상)에 따른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당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간별 세율을 손대기보다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하향조정해 사실상 특정 1주택자들의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 = 연합뉴스]

재산세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율 자체를 인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 전해진다.

한 의장이 일단 부인했지만 종부세에 대한 불만도 고조돼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손질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세불리가 확인될 경우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5년 이상 실거주자와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각각의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공제율은 실거주 기간과 연령대에 따라 구간별로 따로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60~65세 보유자에겐 10%의 고령자 공제가, 5~10년 보유자에게는 10%(내년부터 20%)의 장기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은 서울 서초구가 추진 중인 재산세 인하 방침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재산세 감면 방침을 정한 뒤 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서초구 의회도 이에 동조해 관련 조례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서초구는 구민들에게 부과된 재산세 중 자치구 부과분(전체의 50%)의 절반을 납세자들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다. 재산세 감면을 강행하기 위해 문제의 조례안을 재의에 회부하라는 서울시 지시도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 방침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한다면 대법원 제소나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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