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서 30대의 ‘영끌’ 매입 기세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 ‘큰손’이었던 40대마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이런 현상은 통계자료를 통해 여실히 입증된다.

21일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한 매입 비율은 37.3%에 달했다. 전체 거래량 4795건 중 1790건이 30대 매입자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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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올해 1월 30.4%, 2월 33.0%를 기록했다가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었다. 특히 4, 5월에는 그 비율이 30% 미만으로 내려가 기세가 꺾이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낳게 했다. 그러나 6월 들어 비율이 32.4%로 오르더니 7월 33.4%, 8월 36.9%를 기록하는 등 30대 영끌 매입 비율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지난달엔 비율이 40%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 동안 주택시장의 연령대별 매입 비중에서 30대는 기존의 큰손인 40대를 능가하지 못했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30대 매입 비율은 20%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달 40대를 제치고 매입 비율 1위를 차지했다. 확실히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연령대를 30대 이하로 넓히면 젊은 층의 주택매입 열기를 한층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난달 30대 이하가 차지한 매입비율은 41.6%를 기록했다. 이는 곧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중 4채는 30대 이하 연령대에게 팔렸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4.3%(204건)는 20대 이하였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새 법 시행 이후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셋값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렇다고 해서 집값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 강남 집값 상승세는 다소 수그러들었다지만 강북 등 서울 기타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키높이를 맞추는 과정에 돌입하면서 서민용 아파트값이 덩달아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셋값이 오르는데다 집값도 불안하니 이래저래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30대 영끌 매입은 이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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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문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도 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정부가 아무리 시장 안정을 장담하며 믿어달라고 하소연해도 30대 이하 연령층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흐름은 정부가 지난달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3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빨라야 2025년부터 입주민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감이 먼데다 그 사이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정말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조급함이 30대의 영끌 행동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 등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따져보면 매매시장이 이른 시일 안에 안정된다고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최근 3개월 동안 크게 줄어들었다. 심각하기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더하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서울의 경우 오는 11월 입주물량이 3개 단지 702가구뿐이다. 12월엔 그 수가 8588가구로 늘어나지만 절반 이상은 공공물량이다. 예정된 민간분양분은 이중에서도 45%에 불과하다.

내년이라고 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내년 서울의 입주 물량은 2만6940가구다. 올해의 4만8758가구에 비하면 절반을 겨우 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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