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거용 부동산 거래 제한 정책을 이어가는 동안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국인들의 손발이 묶여 있는 사이 외국인들이 국내 요지의 집합건물(아파트, 연립주택 등)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엔 중국인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내국인들은 규제지역에서 3억원 이상의 집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일 경우엔 증빙자료까지 첨부할 것을 요구받는다.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분양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금 보유 현황과 증권거래 계좌의 잔고 또는 현재 세들어 살고 있는 주택의 전세보증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입해야 한다. 웬만한 인기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으니 많은 경우 위 사실을 증빙할 통장 사본이나 임대차계약서 사본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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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금이나 처분 가능한 기타 자산이 부족하다면 향후 조달계획까지 밝혀야 한다. 부모나 형제, 자녀 등으로부터 얼마를 상속·증여받아 대금을 치르겠다는 계획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주택거래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하게는 대한민국이 과연 자본주의 사회가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택 거래를 더욱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고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오는 27일부터는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하려면 3억 미만짜리라 할지라도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법인에게는 지역 및 가격에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부과돼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외국인들에겐 오히려 좋은 투자 및 투기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대개의 외국인들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고, 자금조달과 관련해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우리 당국이 외국에서 들여온 돈의 출처를 따지고 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은 국내로 돈을 들여와 내국인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서울 강남 지역 등의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다.

이로써 국내 부동산 시장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투기 또는 투자 대상이 될 여건을 갖추게 됐다. 과도한 규제가 낳은 엉뚱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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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집합건물을 사들인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의 국내 집합건물 취득 건수는 1만2307건이었다.

외국인들의 지난해 연간 집합건물 매입 건수는 1만5342건이었다. 이중 66%인 1만105건의 매입자는 중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택 매입 증가세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현실과 연결돼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주택이 최상의 투기 또는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단지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기나 투자 기회를 누린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주택 쇼핑은 내국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면서까지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대책의 효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최소한 내국인들이 느끼는 강도의 규제가 가해지도록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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