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가 100억 달러대 흑자를 달성했다. 이로써 9월까지의 올해 누적 경상수지는 434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다음 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기존 전망치 540억 달러를 넘어 600억 달러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9월엔 흑자 폭이 102억1000만 달러(잠정)로 커졌다. 이 같은 흑자 규모는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24억5000만 달러(31.6%) 늘어난 것이다. 월별 경상수지가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달성하기는 2018년 9월(112억4000만 달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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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하나 더 주목할 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선을 위협할 만큼 낮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실적을 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경상수지 실적이 주로 상품수지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교역 환경에서도 수출이 선전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9월 경상수지 흑자의 주된 요인은 상품수지의 대규모 흑자였다. 9월 상품수지 흑자는 120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9월에 비해 33억2000만 달러 늘어난 실적이다. 이는 수출이 498억5000만 달러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36억9000만 달러(8%) 증가했다.

수입도 전년보다 늘어나 37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폭은 수출보다 현저히 작은 1%에 그쳐 9월의 상품수지 흑자 역시 불황형이란 평가를 받을 여지를 남겼다.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와 승용차부품 및 승용차였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이하 통관기준)은 97억5000만 달러였다. 작년 9월에 비하면 12.4%나 늘어났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3%에 달했다. 전체 수출에서 19%를 차지한 승용차 및 승용차부품도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36억 달러를, 승용차부품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9.3% 증가한 5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화공품도 수출 실적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9월 화공품 수출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한 6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가 호실적을 남긴데 반해 서비스수지(-20억4000만 달러)와 이전소득수지(-3억8000만 달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전소득수지는 전년보다 적자폭을 1억5000만 달러 키웠지만 서비스수지 적자는 2억2000만 달러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수지 적자 감소는 여행수지 적자가 작년 8억1000만원에서 올해 4억3000만 달러로 줄어든 데 힘입은 바 크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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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및 배당·이자 등과 연관된 본원소득수지는 흑자폭이 작년 9월(15억40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어 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감소액이 9억3000만 달러나 됐다.

결국 상품수지가 이 같은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호조를 보인 덕분에 9월 경상수지 흑자가 100억 달러를 넘겼음을 알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것이 유력시된다. 9월 실적에는 못 미치지만 10월의 통관기준 수출입 차이가 6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 그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9월의 지역별 수출액 1위는 작년에 이어 동남아시아가 차지했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9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7억2000만 달러 늘어난 127억9000만 달러였다. 그 다음 순위는 중국(123억 달러)과 미국(70억1000만 달러)이 차례로 차지했다. 전년 동월 대비 9월 기준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은 8.2%, 미국으로의 수출은 23.2% 증가했다.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 행진으로 올해 1~9월 누적 흑자는 이미 작년 같은 기간의 흑자규모를 넘어섰다. 한은은 이를 근거로 올해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 달러에 근접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 주요국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 다시 경제봉쇄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이후 벌어질 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도 우리의 수출길에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며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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