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가치관이 변화했는데 회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31일자로 25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국내 최장수 CEO'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같은 해 주주총회에서 사내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한샘은 2018년 사내 성폭행 및 은폐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신입 여직원이 사내에서 교육 담당자와 인사팀장 등 2명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피해자를 회유하며 사건을 은폐,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큰 위기에 처했다.

[이미지 = 한샘 제공/연합뉴스]
[이미지 = 한샘 제공/연합뉴스]

그리고 이번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가구업체 한샘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0억원 이상의 협찬금을 빼돌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한샘 측은 나이스경제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개인 차원의 비리 등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자체 조사 중이며, 외부 기관의 조사에도 협조해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자금 의혹은 지난달 29일 MBC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한샘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광고대행사 4곳을 이용해 44억원이 넘는 광고비와 협찬금을 지급했고, 이 중 일부 자금이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4개 회사는 법적으로 등록한 주소지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업체였다. 주소지의 호텔관계자와 건물관계자는 해당 회사들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회사”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체가 없는 광고대행사와 체결한 수십억원 대의 계약이 허위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일부 광고대행사에는 한샘 상무와 팀장이 전·현직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어 의혹을 더했다.

단순한 ‘개인 차원 비리’로 보기 어려운 정황들도 발견됐다. 광고대행사들과의 계약에서 최종 결재자는 강승수 회장이다. 한샘 임원이자 광고대행사 사내 이사인 이모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광고대행사 계약은) 회장님이 승인했던 거고. 그래서 저는 그냥 간편하게 생각했다. 제가 사내이사로 있지만, 진짜로 (광고대행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광고대행사에 들어간 협찬 지원금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도 의심을 샀다. 내부고발자는 “전체적으로 회사 예산을 줄여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런데 나중에 (광고대행사에) 제작지원금으로 가는 금액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경찰청 정례브리핑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한샘에 대해) 아직 정식 수사는 시작 안했고 의혹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첩보 수집 단계”라고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경영진도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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