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제약회사 화이자가 전세계에 코로나19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소식을 전한 곳은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집단인 ‘데이터 감시위원회“였다. 위원회는 9일(미국 시간)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이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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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에 따르면 화이자 등의 3상 시험은 미국 등 6개 국가에서 총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자는 10% 미만이었다. 감염자의 90% 이상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시험은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한 그룹엔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한 그룹엔 가짜 백신을 투여했다. 그랬더니 진짜 백신을 맞은 이들 중 90% 이상이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백신 전문가들은 일제히 놀라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과학자들이 기대했던 75%선을 크게 상회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50~60%만 되어도 괜찮다고 말한 바 있다.

참고로 말하면 일반 독감백신의 예방 효과는 40~6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이는 백신 개발역사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중간 결과만 나온 것이므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종 결과에서는 그 수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올해 7월 27일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3상 시험은 시험참가자 중에서 16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된다.

이번 시험에서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일로부터 7일 이후였다. 두 번째 접종은 첫 번째 백신 접종 이후 21일만에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은 독감 백신과 달리 2회 접종해야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이날 화이자도 성명을 내고 “전세계가 백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백신 개발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앨버트 블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세계적 보건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 제공에 한 발 가까워졌다”고 자평한 뒤 “몇 주 안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추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곧 끝내고 이달 셋째주엔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화이자는 또 아직까지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대량생산 여부인데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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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내년엔 생산량을 대폭 늘려 상반기 중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이자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최초 발병 1년여만에 이뤄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백신 개발역사에서 최초 발병 후 최단 기간 기록을 지닌 것은 볼거리 백신이다. 이 백신이 개발 시작 후 승인을 얻는 데는 4년여가 걸렸다.

그러나 아직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중간 결과가 나온데 불과한데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아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의문을 잠재울 정도의 데이터가 축적돼야 화이자 백신의 성공 개발을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준으로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은 42개에 달한다. 이 중 10여개 물질이 현재 3상 시험 단계를 밟고 있다.

한편 화이자 백신 개발 성공 가능성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증시는 즉각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금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15달러(8.5%) 오른 40.29달러(종가 기준)에 거래됐다. 반면 금(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97.30 달러(5%)나 떨어진 1854.40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로 안전자산 대신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상대적으로 강해졌음을 방증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이뤄지면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보다 활발히 경제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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