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조기 확보에 발벗고 나선 듯하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 경제적 경쟁 상대국들보다 한 발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3상 시험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화이자 백신을 일정 분량씩 입도선매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잰 걸음에 놀라 정부도 백신의 조기 확보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주요 경쟁국들과 달리 우리가 아직 어느 곳과도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비판과 동시에 구체화됐다. 정부의 가시적 움직임은 지난 12일 백신 도입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연데서 시작됐다. 이 위원회를 통해 각 제약사가 개발 중인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구입 가능한 시기 및 물량 등을 두루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사진 =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사진 = 연합뉴스]

현재 우리 정부는 백신 구입을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제적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개별 접촉을 통해 화이자나 모더나 등 백신 조기개발 가능성이 큰 개발업체들과 선구매 계약을 시도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정부가 구매하려는 물량은 3000만명 접종분이다.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목표 시점은 일단 올해 안으로 잡았다. 3상 시험 중간 단계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화이자 백신을 고른다면 1인당 2회 접종이 필요하므로 6000만회 접종 분량이 필요하다.

정부가 3000만명 접종 분량을 구매하기로 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사회 구성원의 60% 정도가 면역력을 확보하게 되면 집단면역이 가능해진다는 게 의학계의 통설이다. 이를 반영, 보건 당국은 매년 독감 백신을 확보할 때도 이런 기준을 참고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독감 백신과 같은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해서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독감과 같은 위험도의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일반의 경계심은 독감과는 유가 다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치명률에서부터 독감과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1.74%(12일 0시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독감의 치명률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의 후유증 또한 독감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두려운 점은 코로나19의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후유증의 장기적 추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먼 훗날에나 나올 수밖에 없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아직은 생소한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감안,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한 해 물량을 3000만명분으로 제한했다가는 자칫 마스크 대란과 같은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 탓인지 이미 화이자 백신 3억회 접종분을 입도선매한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존슨앤드존슨 등 다른 제약사들과도 백신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선구매 계약 물량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질병에 대한 공포심이 큰 데 비해서는 그리 비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화이자와 1회분당 백신을 19.5달러(약 2만1740원) 또는 그 이하 선에서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안전성만 확인된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구매를 서두르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물량이다.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지녀야 경제 활동도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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