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백신 개발 임박 소식을 전한 이후 세계증시엔 훈기가 돌고 있다. 백신 개발에 대한 희망적 기대가 위험자산 투자 의지에 새롭게 불을 지핀 덕분이다.

백신에 대한 기대는 증시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일정한 새 흐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기대를 모았던 기술주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경기 순환주가 강세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기 순환주란 경기가 활황세를 보일 때 크게 상승세를 타는 주식을 말한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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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데는 모더나도 가세하고 있다.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는 지난주 백신의 임상 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화이자처럼 임상 3상 시험에 대한 중간 결과를 곧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모더나가 이번 주 중 중간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모더나의 중간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화이자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이 안전성에서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면 증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를 수 있다. 연이은 낭보가 백신 개발과 관련해 여전히 남아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세계 및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 대선 이후 나타난 백신 개발 소식은 그 같은 움직임을 더욱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전반적 흐름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업종별 차별화에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 중 하나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지난주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2조3000억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들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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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이번주 첫날인 16일 오전에도 지속됐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순매수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영업일보다 13.59포인트(0.54%) 오른 2507.46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이후에도 대체로 상승 곡선을 그려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기준으로 2500선을 돌파하기는 2018년 2월 2일(장중 고가 2565.9925) 이후 처음이다.

백신 효과에 기댄 증시의 온화한 분위기는 이변이 없는 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악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한가지 조심스러운 점은 코로나19 2차 팬데믹이 예상보다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주요국 일부가 이미 경제봉쇄 조치에 들어갔으며, 미국에서도 경제봉쇄를 단행하려는 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에서는 요즘 일일 확진자수가 15만을 넘나들 만큼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하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도 증시의 무조건적 상승에 수시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 중엔 국내 증시의 최근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주에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특별한 경제지표의 발표는 예정돼 있지 않다. 막연하나마 한 가지 기대할 만한 것으로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공화-민주당의 합의를 꼽을 수 있다. 대선도 끝났으므로 정치적 대립이 보다 완화됐을 것이란 기대가 그 배경을 이룬다.

김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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