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심화로 크게 낮춰잡았던 전망치를 0.2%포인트씩 높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1%와 3%로 각각 수정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8월만 해도 코로나19의 악영향을 거론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5월 전망치)보다 1.1%포인트나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를 소폭 상향조정했다. 그 배경으로는 올 들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분기별 성장률이 3분기 들어 1.9%를 기록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1,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각각 -1.3%와 -3.2%에 그쳤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내년 성장률도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아진 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을 자극할 요소로는 수출과 내수 호조가 지목됐다. 수출과 관련,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상품수출 감소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월엔 그 폭이 4.5%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었다.

한은의 새로운 성장률 전망은 전날 발표된 자본시장연구원의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각각 -1.0%, 3.3%로 제시했다. 성장률 상향 조정 기류는 세계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내년엔 5% 초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각 기관의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이와 함께 하반기 수출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은 0.4%에 그치는 한편 내년 수출은 5.3%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특히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증가폭이 확대되고 비(非)IT 관련 제품 수출도 석유류 수요 증가와 단가 회복으로 인해 함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전망의 바탕엔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교역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내년에 5G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신제품으로의 교체가 폭넓게 이뤄지면서 대량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기관들은 반도체 경기가 내년 초반부터 본격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도 한은의 성장률 상향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내수 중에서도 설비투자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크게 반영됐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치보다 3.1%포인트 높인 5.7%로 새로 제시했다. 다만,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은 기존의 6.2%보다 낮은 4.3%를 기록하리라 전망했다.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주된 이유는 기저효과였다. 올해 설비투자가 워낙 크게 늘어난 여파로 내년도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를 주도할 분야는 IT 쪽이었다. 비(非)IT 분야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반면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4.4%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반기 감소폭은 4.1%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한은은 경기가 다소 회복될 내년에도 민간소비 성장률은 2.9%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한은은 월별 취업자 수(전년 동월 대비)는 올해 20만명 감소했다가 내년에 13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각각 650억 달러, 60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한은의 이번 수정 전망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오래 겨울 내내 지속되다가 내년 중·후반 이후 진정된다는 것이 그 전제였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선진국에서는 내년 초, 국내에서는 내년 중반부터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된다는 시나리오도 가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금리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6개월째 같은 수준을 이어가게 됐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상단 기준 0.25%포인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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