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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예산 낭비 부추긴 한심한 국회, 더 한심한 국민의힘
[Editorial-우리 생각엔…] 예산 낭비 부추긴 한심한 국회, 더 한심한 국민의힘
  • 박해옥
  • 승인 2020.12.0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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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이 또 초(超)슈퍼 규모로 확정됐다. 정부 예산이 매년 큰 폭으로 오르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다 보니 이젠 초슈퍼라는 말도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현 정부의 재정중독증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수년 동안의 예산 증가 현황 하나만 봐도 그 병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해의 정부 예산은 400조원을 갓 넘긴 수준이었다. 그러나 4년 뒤인 2021년 예산은 그보다 157조3000억원이나 늘어 558조원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58조7000억원이 늘어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현 정부에서의 연도별 증가율도 전에 없이 높아졌다. 집권 이후 처음 예산안을 짠 2018년 예산의 증가율부터 남달랐다. 상승률이 전년(3.7%)의 두 배 수준인 7.0%나 됐다.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본예산 기준으로 9.5%, 11%, 8.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4년간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9~5.5%였다.

현 정부의 헤픈 씀씀이를 보여주는 자료는 또 있다. 박근혜 정부 4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대체로 부진했으나, 반대로 예산 규모 증가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이 그것이다. 국가경제의 성장 속도는 더 느려졌는데 오히려 씀씀이는 커졌다는 얘기다.

예산은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증가하는 게 자연스럽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국민들의 담세 능력도 병행해 커진다는 점이 그 이유다. 성장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데 정부 예산만 늘리면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쌓이는 빚은 결국 후세의 부담으로 넘겨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우리의 국가채무가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무줄 잣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 시절 재정낭비를 비판했던 대통령은 지금 그 비율이 50%를 넘보고 있건만 아무 말이 없다. 재정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보니 총지출과 총수입 간의 괴리는 갈수록 커져만 간다.

새해 예산의 경우 총지출(558조)이 총수입을 75조4000억원이나 상회한다. 이만큼 통합재정수지가 더 악화된다는 의미다. 국가채무는 당초 정부안에서는 952조5000억원이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3조5000억원이 추가되는 바람에 956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총지출이 2조2000억원 순증된 데 따른 결과다. 이 바람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새해 본예산 기준으로만 해도 47.3%로 치솟을 판이다. 만약 내년에도 추경을 편성한다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중독증이 해소될 기미는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정부가 재정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국회라도 제대로 견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 반대다. 정부가 만들어온 거품 투성이의 예산안도 부족하다며 2조2000억원이나 더 얹어주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집 살림이라면 절대로 이런 엉터리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국회보다, 여당보다 더 한심한 쪽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예산안 거품 제거를 위해 여당과 담판지어야 할 야권 유일의 교섭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예산안을 늘리자고 추임새를 넣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 결과 자신들이 그토록 공격했던 21조 규모의 뉴딜 예산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주고 말았다. 당장 1000조원 규모로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안중에 없고 표심 얻기에만 혈안이 돼 있음을 자인한 꼴이다. 이러니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난을 통해 누누이 강조했듯이 쌓여가는 나랏빚은 정권 담당자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특히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민 부담 증가는 이미 코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이번에 예산안부수법안으로 묶여 국회 본회의를 소리 없이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그 신호 중 하나다.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기존 42%에서 45%로 올리는 내용이 숨어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이 정부 들어 벌써 두 번째다. 고소득자 상대라며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재정중독증에 내재된 증세 유혹의 발로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방에서 터지고 있는 주택 보유세 폭탄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해야 한다.

재정중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돼 있다. 그 후유증을 앓아야 하는 쪽은 국민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야의 이번 예산안 합의는 ‘협치’가 아니라 ‘짬짜미’의 산물이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