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차량이 굉음 소리를 내며 무섭게 돌진한다. 한쪽이 핸들을 꺾지 않으면 정면충돌로 양쪽 운전자 모두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따금 나오는 장면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대결에서 유래했다는 일명 치킨게임이다.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도 나온다. 여기서 치킨(chicken)이란 핸들을 꺾는 사람, 겁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20년 12월 대한민국에서도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 뿌리에서 갈라진 ‘치킨기업’ BHC와 BBQ의 싸움이다 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저간의 사정은 있다. 한데 여기에 공영 방송사 KBS와 MBC까지 가세하다 보니 양상이 복잡 미묘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2018년 11월 15일 KBS ‘뉴스9’은 'BBQ회장, 회삿돈으로 자녀 유학 생활비 충당'이라는 단독 보도를 통해 BBQ 윤홍근 회장 횡령 의혹을 세간에 전했다.

그로부터 얼추 2년 뒤인 지난 1일 MBC는 'PD수첩: 치킨전쟁' 편 1부를 방영했다. 구체적으로 KBS가 제기한 '해당 의혹은 제보자의 허위 제보였다'는 주장과 함께 BBQ 측 입장을 전했다. 그 방송은 KBS 보도를 반박하는 형식을 띠었다.

그러자 KBS 기자협회는 7일 MBC PD수첩 '치킨전쟁' 편에 대해 공개 질문서를 보냈다. 여기엔 PD수첩이 KBS 취재진 설명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그 반박 근거가 부족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KBS 기자협회의 9가지 공개 질문 중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KBS 보도의 골자는 ‘이중급여를 통한 횡령 의혹’으로 당시 미국 법인에서 일하는 제보자가 ‘업무 외 지시’를 통해 윤 회장 아들을 돌보는 가운데 이중급여가 지급됐고,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의 횡령이 의심됐다는 내용이었다는 것. 하지만 “PD수첩은 '제보자가 회장 아들을 돌봤다면 근무기록이 없을 수도 있다'며 ‘근무기록 유무’가 횡령 혐의 입증의 주요 근거인 것처럼 보도했다”면서 “PD수첩 제작진이 논점이 아닌 내용을 근거로 KBS 보도를 부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PD수첩은 “윤 회장 아들이 기숙학교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제보자 집으로 와 돌봄을 받았다”는 KBS 보도에 대해 BBQ 미국 법인 관계자를 통해 “아들은 기숙학교에 있었고 실질적으로 산 사람은 제보자 가족이었다”고 전했는데, 이는 “명백한 논점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KBS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서라면 집에 제보자 가족이 살았는지 여부가 아닌 윤 회장의 아들이 그 집에 머문 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윤 회장 아들 윤 씨가 해당 집에 머무른 적이 없었는지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 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KBS는 ‘작은 회장 아가씨 지출 예상 내역서’를 확보해 윤 회장이 자필 서명한 내용과 해당 문건을 토대로 돈이 계좌로 이체된 내역을 취재했으나 PD수첩은 윤 회장 인터뷰를 통해 '술에 취해 서명한 것일뿐 실제 집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방송했다”며 “PD수첩은 어떤 취재과정을 거쳐 KBS 취재진 입장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반대로 BBQ 측의 입장은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사실로 판단한 것인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밖에 KBS는 BBQ가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는데 PD수첩이 법원 판단을 반영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등도 공개적으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BBQ는 KBS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 명예훼손 고소 등 언론 보도를 통제할 목적으로 법적 조치를 이어갔다”며 법정에서 이어간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장외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HC 측도 8일 “MBC PD수첩 ‘치킨전쟁’편은 기존의 허위 사실과 BBQ의 일방적 주장이 집중 편성됐다”며 “석연치 않은 BBQ의 주장에 대한 진실규명과 제보자 주씨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MBC PD수첩 측은 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KBS와 대결하는 양상으로 비치는 것은 당황스럽다”며 “프로그램 취지는 BBQ와 BHC 간의 다툼 속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맹점주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알리려는데 있었다”고 밝혔다.

제보자의 주장과 번복에 따라 오락가락 널뛰고 있는 치킨게임의 진실은 무엇일까?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제보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는 치킨 가맹점주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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