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 상황을 챙겨야 하는 정부로서도 상황 논리상 그 같은 요구를 언제까지나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3단계는 코로나19가 전국적 대유행에 돌입했다는 것을 전제로 구상된 것이다. 주간 평균 확진자 수가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에서 더블링이 나타날 경우 3단계 격상 조치를 검토하도록 돼 있다.

3단계 격상 조건은 이미 갖추어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3단계 검토 기준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이날 0시까지를 기준으로 한 전날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78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일주일간의 일 평균 확진자 수는 833명으로 올라섰다. 800명으로 정해진 최소 기준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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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반장은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면서 “단계 상향 조정에 대해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조만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거리두기 3단계의 과정을 견디며 헤쳐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단계는 사실상 경제활동을 봉쇄하는 조치인 만큼 우리 일상의 삶을 크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과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리라는 점이다. 특히 소상공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각계에서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의 단계 격상 검토 발언이 나온 이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양대 노총, 참여연대 등은 참여연대 사무실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피해를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해외 선진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임차료 감면과 해고 금지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정부의 행태는 선박 사고 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 선장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이에 앞서 대형 유통업체들도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통해 3단계 격상 이후에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재난 발생 시엔 오히려 유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재기를 방지하고 가정내 식사 증가 등의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유통업체들의 영업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경우 오히려 월 2회로 정해진 의무휴업 조치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도 한계상황에 봉착했음을 호소하면서 집단으로 영업 재개를 호소하고 나섰다. 실내체육시설들은 2.5단계 상황에서 이미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돼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단계 격상을, 업종별 단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자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처럼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골라 선별적으로 단계 격상을 결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염 확산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면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면적 단계 격상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처럼 서서히 단계를 높이는 방식보다는 전면적으로 단계를 격상한 뒤 조금씩 고삐를 풀어주는 것이 방역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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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3단계 격상시 전 사회의 응집력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도 앞선 브리핑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가 준비하고 결집해서 효과를 확실히 내야 하는 것이 3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3단계 조치가 너무 오래 이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조치인 만큼 할 바엔 확실하게 전사회가 힘을 모아 단기간에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의 단계 격상 조치가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이미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었고, 격상 조건이 충족됐으며,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2주간의 상황이 최악이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지난 2주 동안 일일 확진자 수는 최소 500명대를 기록했다.

아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지난 8일에서야 수도권에 한해 2.5단계 격상을 결정했으므로 이번 주말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는데 10~14일은 걸린다는 점이 그런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거리두기 격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루 확진자 발생건수가 네자릿수를 기록한 점은 정부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이든 전국 단위든 단계가 격상되면 우리의 일상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게 돼 있다. 생필품 구입 등 최소한의 생계유지 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3단계 조치 하에선 당장 집합금지 조치가 광범위한 시설에 걸쳐 내려진다. 유흥업소와 실내체육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연장과 놀이공원, 영화관, 독서실, PC방, 스터디카페, 백화점 및 마트 등도 집합금지 대상에 들어간다. 심지어 이·미용실과 결혼식장 이용도 금지된다. 장례식장엔 가족들만 머물 수 있고 문상객 입장은 불가능해진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진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 점을 감안, 정부는 3단계 격상에 앞서 대국민 설득과 협조에 최대한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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