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점심 식사는 주중 절반 정도만, 그것도 배송차량이나 편의점에서 후다닥-. 그렇게 일해 한 달에 버는 돈은 200만~300만원.

국내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 기사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등 대형 업체들을 지칭한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배송기사들은 유통업체와 엄연히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즉,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감을 받아 움직이는 택배기사와 달리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택배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계약조건이 좋지 않은데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처우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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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온라인 유통업체 근로자 설문조사 및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됐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4~13일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3사의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종사자 4989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배송기사 중 52.3%는 주중 점심을 못 먹는 날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당 점심을 거르는 횟수로는 2~3회를 지목한 비율이 23.2%로 가장 많았다. 한주 당 4~6회 점심을 거른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도 15.2%나 됐다. 그 다음 많은 응답은 주 1회 10.4%, 6회 이상 3.5% 순이었다.

점심 식사 장소에 대해 질문한 결과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한다는 응답률은 38.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29.9%는 배송차량에서, 17.6%는 편의점에서 식사한다고 답했다. 이는 절반 이상의 배송기사들이 식당에 들를 틈도 없이 서둘러 점심 끼니를 때운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루에 배송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비성수기 기준으로 평균 200~300개라고 응답한 이의 비율이 36.2%로 가장 많았다. 100~200개를 배송한다는 응답률은 30.4%였다.

배송물량이 급증할 때의 대처방법으로는 연장근로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비율(50.4%)을 차지했다. 회사가 물량을 조절해주거나 인력을 지원해준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45.4%에 그쳤다.

이들의 고용형태로는 계약직이 84.5%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 비율은 13.0%에 불과했다.

이들 3사 배송기사들의 월평균 보수는 200만~300만원이 68.1%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9.1%는 300만~400만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한편 고용부가 이들 유통 3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일부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한 사업장에서는 비대면 일상화로 배송량이 급증하자 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하게 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일이 있었다.

또 냉동창고 근로자의 동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곳도 있었다. 일용직의 경우 건강진단을 못 받은 이들이 다수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 같은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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