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최근 화물차 기사 추락사고를 낸 한국남동발전 산하 영흥화력발전소가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속에 운영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지방노동청이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 이곳에서만 107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4~18일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23명의 조사 인력이 투입됐다.

서해 영종도 남쪽의 영흥도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달 28일 화물차 기사 심모씨(51)가 석탄재를 화물차 탱크에 싣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추락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족들은 심씨가 안전관리 요원 없이 상차 작업을 돕다가 추락했고, 사고 이후 적절한 응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혹 속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영흥화력발전소의 안전관련법 위반은 양과 질 모두에서 상궤를 벗어난 정도였다. 위반 내용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화물차 기사 추락사고도 일상화된 안전불감증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추락사한 기사의 화물차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추락사한 기사의 화물차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영흥화력발전소의 안전관리 실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높게 설치된 시설물의 근로자 통로나 작업 공간에 추락방지용 난간이나 발판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점이 적발됐다. 기계실이나 회전동력부 설비에 반드시 있어야 할 방호 덮개가 미비된 경우도 있었다.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겐트리 크레인 중엔 이동시 장애물을 감지하도록 부착된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 센서는 이동시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크레인을 멈추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같은 부실장비는 차라리 없는 게 더 안전에 도움이 된다. 이를 감안, 노동청은 해당 장비의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노동청은 107건의 위법 사례 중 51건을 엄중한 케이스로 분류한 뒤 이를 토대로 법인과 관련 책임자를 입건하기로 했다. 입건 대상 법인은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법인이다.

나머지 56건의 위법 사례에 대해서는 영흥발전소와 협력업체 15곳에 과태료 2억62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제재를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한국남동발전 차원에서 석탄 운송 설비의 작업환경 개선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고 본사 관리자들이 발전소 현장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중부고용노동청은 화물차 기사 참변 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상응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방노동청의 이번 안전관리 실태 조사는 작업 현장의 안전사고 대부분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심씨 사고의 경우도 단순한 작업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재였을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심씨는 둥근 모양의 화물차 탱크 꼭대기에서 맨홀 뚜껑을 조작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재 등이 묻어 있는 3.5m의 탱크 곡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하다가 미끄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천만한 작업이었지만 사고 당시 안전관리 요원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개연성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런 정황에 더해 새롭게 드러난 영흥발전소의 작업 환경은 인재 가능성을 한층 더 키워주고 있다. 사고가 우연이 아닌, 필연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