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모태로 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또 하나의 악재가 더해졌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사명 베끼기 논란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공장들에서 각종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24일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해당 노동청은 지난 9일부터 열흘 동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모두 699건의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노동청은 사안이 중한 499건(대전공장 285건, 금산공장 214건)에 대해서는 공장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적발 사항 중 관리상 미흡조치 등 20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3억9185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 = 한국타이어 제공/연합뉴스]
[이미지 = 한국타이어 제공/연합뉴스]

적발된 사항의 주요 내용은 설비 방호덮개 미설치와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작동,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이다. 최소한의 작업장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기본 조치들이 무시된 채 위험한 환경 속에서 작업이 진행돼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됐지만 그마저 부실 감독 시비 속에 나온, 부실한 적발 결과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지방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조 측 참여를 배제시키는 등 성실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부실 감독 주장의 한 근거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감독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해당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부실했다”고 비난했다.

한국타이어가 소속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러지 않아도 골치 아픈 문제로 이미지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이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는 조양래 그룹 회장의 후계 문제를 놓고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누나·형이 대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형제 간 갈등은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고령의 아버지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을 냄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됐다.

조 이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현범 사장이 “가족도 모르게 비밀작전하듯” 주식을 매매하는 등 과도한 욕심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현범 사장이 비리와 오판 등으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안기는 한편 한국타이어의 신뢰와 평판마저 무너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社名)을 베꼈다는 시비에도 휘말려 있다. 이 시비는 먼저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사명을 쓰고 있던 한 코스닥 상장사가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함으로써 불거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결국 가처분 소송에서 져 명칭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그룹 명칭은 한국앤컴퍼니로 일차 결정됐다. 하지만 이 명칭 역시 문제를 제기한 한국테크놀로지의 이전 명칭과 비슷하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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