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대기업으로 이뤄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절반 이상에서 공시의무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기업집단별 적발 건수에서는 롯데가, 적발에 따라 부과된 과태료 규모에서는 하림이 각각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 같은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64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2284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임으로써 드러났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37개의 계열사 108곳에서 총 156건의 공시의무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해당 기업들에 총 13억98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는 롯데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순위는 태영(19건), 이랜드(13건), 하림(11건) 등이 차례로 차지했다.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에서는 하림이 3억4200만원으로 단연 1위에 올랐다. 롯데에 부과된 과태료는 7900만원이었다. 태영과 이랜드에는 각각 2억4700만원, 1억8000만원이 부과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들 대기업이 주로 저지른 공시의무 위반 내용은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된 것이었다. 대체로 계열사 간 자금차입이나 담보제공 실태 등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일례로 이랜드 소속 예지실업은 이랜드파크로부터 9억7000만원을 차입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차입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집단현황에 대한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78건에 이르렀다. 이중엔 지배구조와 연관된 이사회 등의 운영현황을 공시하지 않은 사례도 31건 포함됐다. 미공시 외에 지연공시, 미의결 등의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공정위는 “미의결 및 미공시, 지연공시가 다수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위반 행위를 단순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육 및 안내, 이행 상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의 공시의무 위반은 투명한 기업경영을 방해함으로써 자본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크게 지탄받을 일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64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거래 실태도 함께 공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난해 42개 기업집단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주고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총 거래액은 1조4189억원이었다.

브랜드 사용료는 대개 그룹내 계열사들이 지주회사에 그룹명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하나의 특징은 총수 있는 기업집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로열티 유상거래가 더 많다는 점이었다. 그 비율은 총수 있는 집단에서는 70.3%,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33.3%로 집계됐다.

지난해 브랜드 사용료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SK로 그 규모가 270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그룹 내 브랜드 사용료는 총수 일가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 그에 따라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 거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