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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의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이 노조 저항에 부딪힌 이유
[호루라기]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의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이 노조 저항에 부딪힌 이유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1.01.0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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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한화생명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그 원인은 한화생명(사장 여승주)이 오는 4월 법인보험대리점(GA)형 판매 전문 자회사를 출범하겠다고 밝힌 데 있다. 한화생명에서 보험 상품만 만들고, 판매 조직은 별도로 떼어내 자회사로 내보내겠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물적분할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GA형 판매 자회사가 문을 열면 기존 전속 재무설계사(FP)들이 구조조정과 근로조건 악화 등을 겪을 수도 있다. 현행법상 당초 체결했던 단체협약이 신설되는 자회사에 100% 적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확보해 두었던 생계유지 안전장치가 하루아침에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이에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사내방송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자회사 설립 결정 과정에) 직원들과 소통이 다소 미흡했던 건 사실이나, (앞으로)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생명노조는 “‘구조조정은 없다’는 여 사장의 말을 그대로 믿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며 “노조는 자회사로의 전직이 조합원에게 강요될 경우 이를 단체협약 위반행위로 규정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팽팽하게 맞섰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사진 = 환화생명 제공/연합뉴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사진 = 한화생명 제공/연합뉴스]

4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화생명보험지부(이하 한화생명노조)는 “지난해 12월 31일에 이어 오늘 경고파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조합원이 동시에 휴가를 내는 연가투쟁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30일 직원 2500명 이상이 참가한 한화생명노조 파업결의대회에서 결정된 바다.

한화생명노조와 사측 간 갈등의 골은 진작부터 깊어졌다. 한화생명이 직원 사찰을 통해 노조를 탄압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12월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한화그룹(한화생명) 이렇게 임직원 사찰합니다 ㅜㅜ’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는 “한화생명이 사측 우호 직원 명단을 기록하고, 친노조 직원들을 파악해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직원 사찰’ 의혹에 관해 묻는 나이스경제의 질문에 “사찰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1차 파업이 (지난해) 연말에 진행됐으니 유지수금 마감 등 업무 차질에 따른 고객 피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파업 참여에 따른 연차휴가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우호 내근 직원 현황’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은 실수였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우호’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서로 사이가 좋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한화생명은 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직원들을 우호 직원이라고 따로 분류·기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백번 양보해서 한화생명이 직원들을 사찰한 것은 아니더라도, ‘편 가르기’를 한 건 명백하다”는 일부 노조원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김태갑 한화생명노조 지부장의 서신. [사진 = 한화생명보험지부 제공]
김태갑 한화생명노조 지부장의 서신. [사진 = 한화생명보험지부 제공]

한화생명 노사 간의 이 같은 갈등은 ‘진실게임’ 양상으로도 치닫고 있다. 노조의 파업 쟁의를 방해하기 위해 연차휴가 사용을 사측이 막았다는 주장이 노조로부터 나왔다. 김태갑 한화생명노조 지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회사가 휴가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냈다.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조합은 즉각 회사에 공문을 발송해 법적 문제로 비화될 것임을 예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한화생명 관계자는 “(휴가 승인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맞다. 하지만 직원이 사용하겠다는 휴가를 어떻게 사측이 막을 수 있나. 그건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이번 GA형 판매 자회사 출범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1200%룰’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전속 재무설계사(FP) 이탈 방지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비쳐질 수 있다.

1200%룰은 재무설계사(FP)가 계약을 체결할 때 이에 따른 첫해 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로 제한한다는 규제다. 그런데 이 같은 1200%룰은 보험사 전속 FP에만 적용되고 GA 소속 FP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다. 전속 FP가 영업을 아무리 잘해도 모집수수료를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아예 GA형 판매 자회사를 만들어 자사 전속 FP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한화생명의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GA형 판매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오히려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쪽은 한화생명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생명은 외부 FP 모집을 강화할 수 있다. 정책 수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반면 기존 소속 FP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해 연말 사내방송을 통해 “1946년 설립 이래 74년을 이어오면서 만들어진 한화생명만의 월등한 조직력과 영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자 중 가장 먼저 판매 전문 회사를 설립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차별화한 FP 교육 체계, 육성시스템과 함께 각종 복지 혜택까지 묶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판매 전문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여승주 사장의 이 같은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회사 차원에서 보자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노사 상생을 통한 윈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