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설날 전에 내놓을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의 골자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인 시각은 기존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그 기틀 위에 공급 강화 방안을 더할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이는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력과 취임을 전후해 한 발언들을 근거로 한 분석이다.

일단 변 장관은 ‘공급 전문가’로 통한다. 단, 그가 강조하는 공급은 민간주택이 아닌 공공주택에 집중돼 있다. 변 장관이 관심을 쏟는 공공주택은 구체적으로 토지임대부주택과 환매조건부주택을 가리킨다. 변 장관은 이 두 가지를 아울러 공공자가주택이라 부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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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주택은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 가운데 건물에 대해서만 개인이 소유권을 갖는 주택을 말한다. 이곳 거주자는 토지 사용료를 임대료 형식으로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대신 싼 값에 내가 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린다. 환매조건부주택은 분양받은 지 20년이 지나야 매매가 가능하고, 매도 대상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한정돼 있다.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지만 싼 값에 내 집 마련을 가능케 해주기 위해 기획됐다.

변 장관의 공공주택 공급 강화 의지는 취임 직전 행보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보여주기’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한 것도 그 같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장소로 도심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도 변 장관이 추진할 부동산 대책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2월 29일 있었던 장관 취임사를 통해 확인됐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대책을 설날 이전에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속도감 있게, 설날 이전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발언엔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는 4월의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선거 등을 의식한 발언이라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이다.

정치적 계산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통해 대강의 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요지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연립 및 다가구 주거지 등을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용적률을 높이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되 개발이익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환수한다는 것도 그의 구상 중 일부다. 그렇게 얻은 이익은 다시 공공주택 개발에 쓰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수요 억제 대책에 대한 손질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가 전임 장관 재임시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그는 LH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성적이 중상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의 보수 정부와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제일 잘 한다고 거침없이 답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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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달라 각 정부의 성적을 직접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취지를 덧붙이긴 했지만 김현미 장관 때 실시된 24차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전임자 시절 마련된 각종 규제 정책에 손질이 가해진다 할지라도 그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 구상의 핵심은 교통 편의성이 높은 도심에, 고밀도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최대한 빨리 공급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도심 고밀 개발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도 언급한 바 있다. 노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하면서 “50점 이상은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고밀 개발을 하면 연간 15만호 공급도 가능해진다는 취지를 밝혔다. 변두리 지역에만 눈길을 줄게 아니라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도심 지역에 고층 아파트를 최대한 많이 짓도록 하자는 것으로 해석됐다.

공공주택이든 민간주택이든 정부 정책이 공급에 초점을 맞추려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다만, 공급 확대를 실현하는 데는 최소 5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들어 즉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땅을 파고 짓는 데만 보통 3년여가 걸린다는 것이 그 같은 분석의 근거다.

하지만 강력한 공급확대 의지의 천명은 시장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집값이 언젠가 꺾일 것이란 신뢰가 쌓이면 시장은 그에 상응한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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