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군불때기에 들어갔다. 아직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전국민 재난지원금 검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달 중순부터 자영업자 등에게 주어지는 3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 방식으로 집행된다. 앞선 1차는 전국민 지원, 2차는 선별 지원 방식으로 지급됐다. 매번 지급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지만 특히 1차 재난지원은 여당의 총선 공약과 맞물려 전국민 대상으로 진행됨으로써 금권선거 논란을 빚었다. 당시 정부는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전국민에게 지급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금권선거 시비와 별개로 효용성 논란을 낳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1차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14조3000억원 중 30% 정도만이 소비 진작에 기여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전국민 재난지원이 재정 지출은 크지만 경기 진작 효과는 그에 비해 작은 방책이라는 것을 보여준 객관적 자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이후 두 차례 더 기획된 재난지원은 선별 지원 방식으로 결정됐고, 그에 따라 퍼주기나 선심성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오는 설날 이전까지 대부분 집행될 3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의 직접 피해를 입은 집합제한 및 집합금지 업종 관계자 등에게 맞춤형으로 지급된다. 이들에겐 최대 3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3차 지원이 시작되기도 전에 4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여권에서 쏟아져 나와 정치권을 흔들기 시작했다. 물꼬를 튼 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이 대표는 신년 연휴가 끝난 뒤 이뤄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러자 여당 당직자는 물론 정세균 총리까지 그에 화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 방침은 조건부 성격을 띤 것이었다. 이낙연 대표의 구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전국민 지급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확한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코로나19 유행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가라앉고,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쯤 경기 진작을 위해 전국민 재난지원을 검토할 뜻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맞장구치듯 정세균 총리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이 살아야 재정 건전성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즉각 호응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코로나19 상황 완화를 전제로 한 ‘보편적 지급’을 강조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당 대변인을 통한 공식 브리핑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허영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국민 위로를 넘어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 지급이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이 살아야 재정 건전성도 있다”는 정 총리의 말을 반복하며 “정쟁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여권 관계자들의 전국민 재난지원 거론이 서울시장 선거 등 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이란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여당과 보궐선거에서 표심 모으기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국민의힘도 이를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당이 선거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국민 지급 카드를 꺼내든 데는 이런 사정에 대한 계산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조심스레 이 문제에 접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전국민 지원 주장은 4월 선거를 노린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있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원 자체를 강력 비난하기보다 재원 조달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보다 강한 톤으로 여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당내 간담회에서 “당리당략으로 선거용 돈풀기를 하겠다는 건 관권·금권선거”라고 비판했다.

여당도 금권선거 시비를 의식한 듯 투트랙 전략을 흘리고 있다. 즉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피해 계층 중심의 선별지원 방식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과 국민 위로 차원에서 일괄지원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리의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재정 당국은 아직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6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부가 언급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3차 지원금의 신속 집행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낙연 대표 등의 의지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 10조원 이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새로이 짜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때처럼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그 규모는 14조 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국가채무는 970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설사 더 이상의 추경이 없다 해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국가채무가 310조원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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