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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우왕좌왕 방역 대책, 기본 틀부터 재정비해야
[Editorial-우리 생각엔…] 우왕좌왕 방역 대책, 기본 틀부터 재정비해야
  • 박해옥
  • 승인 2021.01.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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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가 그토록 자랑했던 K방역이 위기에 봉착했다. 해외 모범사례가 되기는커녕 국내에서조차 각종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K방역 체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행 방역 기준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실내체육 업종 관계자들의 집단항의는 단지 내재된 문제들을 표면화시킨데 불과하다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주목받은 헬스클럽 운영자 등의 주장들은 보건 당국의 방역 기준이 얼마나 허술하게, 주먹구구식으로 기획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들의 주장은 간결하고도 명료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복싱은 되고, 킥복싱은 안 되고’였다. 비슷한 주장은 ‘태권도는 되고 주짓수는 안 되고’, ‘발레는 되고 필라테스는 안 되고’, ‘검도는 되고 해동검도는 안 되고’ 등등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이들 주장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분명하게 방역 기준의 불합리성을 웅변해주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이달 초 거리두기 2.5단계 적용기간을 오는 17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실내체육시설 중 태권도 등 7개 종목에 대해서는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소위 체육도장업으로 불리는 태권도와 합기도, 복싱, 유도, 검도, 레슬링, 우슈 체육관 등에 대해서는 9명 이하의 어린이·학생 대상 영업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가름의 기준은 종목별 협회나 연맹 등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등록돼 있는지 여부였다.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형평성 시비가 뻔히 예측되는 분류였지만, 행정편의에 빠져있다 보니 기본적인 판단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반발이 확산되면서 사태가 커지자 어떤 이는 실내 체육시설들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입김이 강하게 분출될 수 있어 영업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입김 분출이 전혀 없고 마스크의 확실한 착용이 가능한 당구장은 왜 실내체육시설로 묶어 영업금지업종으로 분류했느냐는 반박을 불렀다. 처음부터 분류 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보니 해명하는 말마다 더욱 강한 반발을 부르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업종별 방역 기준 설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설정시의 임의적 결정이었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새로 정할 때마다 번번이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려 방역 대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었다. 이를테면 거리두기 단계를 미리 정해 국민들에게 고지하고도 한 박자씩 늦게 2단계, 2.5단계로 강도를 끌어올렸다.

단계를 찔끔찔끔 조정하면서 길게 끌어온 것도 패착이었다. 이번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장기간에 걸친 규제에서 비롯된 피로감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방역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처음부터 미리 설정된 방역 단계를 지키며 강하게 규제를 가한 뒤 서서히 풀어주는 방식으로 갔더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방역 실패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자주 드러내는 것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근한 예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의 무리한 코호트 격리, 동부구치소 사태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이들 사태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방역 대책에 불응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엄히 책임을 묻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피해가 확산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조차 없는 혼돈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쯤에서 정부는 방역 대책 전반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언제까지고 무작정 따라오라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건은 마구잡이식 규제 방식을 지양해 국민들의 피로감을 해소해주면서 방역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기본 방향을 새로 설정하는 일이다. 이제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인 만큼, 대량 발병 위험성이 높은 곳에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개인들의 일상에 가해진 제약은 서서히 풀어주자는 얘기다. 그 같은 판단의 근거가 정치 아닌 과학이어야 한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