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생활가전 업체들이 앞다퉈 전해수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진작부터 그 성능을 두고 의문이 제기돼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한국소비자원이 마침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요지는 시판되는 전해수기들의 실제 성능이 광고 내용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전해수기는 수돗물 또는 소금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차아염소산(HOCl)이나 차아염소산 나트륨(NaOCl)을 생성시키는 제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용액은 살균제로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자 업체들은 이런 원리를 이용, 스프레이 형태의 전해수기를 제조해 판매하며 저마다 제품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정수기로 이름 높은 청호나이스를 비롯해 청담코퍼레이션, 원봉 등이 있다. 제품 가격은 10만~30만원 선이다.

[사진 = 한국소비자원 제공]
[사진 = 한국소비자원 제공]

업체들은 수돗물만 있으면 몇 분 안에 손쉽게 살균수를 제조해 화장실 변기 등에 뿌릴 수 있으며 손 소독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자들은 마법 같은 기능을 지닌 제품이 탄생했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관련 제품들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전해수기 성능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된 목소리는 광고 내용처럼 99% 이상의 살균 효과를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었다. 전해수기로 생성된 살균수가 락스를 희석시킨 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적잖게 제기됐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뒤늦게나마 실태조사에 나서 이번에 그 결과를 내놓았다. 13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리는 전해수기 제품 15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살균수의 리터당 유효염소량은 0.2~2.0㎎에 불과했다. 이는 과일이나 채소 등을 살균하는데 사용하는 식품첨가물 차아염소산수의 유효염소량(10~80㎎/ℓ)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광고에 활용된 시험성적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시험성적서가 실제 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도출된 결과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실제 환경에서는 세균 외에 유기물이 존재하는데 이들 유기물은 살균 효과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을 토대로 소비자원은 전해수기의 살균 능력 시험을 위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이밖에도 ▲전해수기 생성 살균수가 손 소독제 사용 기준에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7개 제품이 손 소독용 사용이 가능하다고 광고한 점 ▲화학제품안전법상 무독·무해성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데도 그 같은 표현을 광고에 사용한 점 ▲반려동물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일부 제품들이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은 점 등을 시정하라고 업체들에 권고했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모두 그에 따를 뜻을 밝혔다고 소비자원이 전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