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연간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실은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의 우리나라 연간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이었다. 전년 대비 감소폭으로 치면 외환위기 한파로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감소 자체로만 따지자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우리의 연간 취업자 증가폭은 -8만7000명이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지금까지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들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우리는 1998년과 2009년 외에도 오일쇼크가 덮친 1984년(-7만6000명)과 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2003년(-1만명)에 취업자 감소를 경험했다.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취업자 감소는 주로 도·소매업(-16만명)과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 등 대면 서비스업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이들 업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직원들을 대거 내보낸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3만명)과 운수·창고업(5만1000명), 농림어업(5만명) 분야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했다.

코로나19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현황에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즉, 상용근로자가 30만5000명 증가한 가운데 임시근로자(-31만3000명)와 일용근로자(-10만1000명)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주로 가해졌음을 엿보게 해주는 자료다. 시간제 알바 등을 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실직을 감수했을 것이란 의미다.

취업자 감소는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 모두에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임금근로자는 10만8000명, 비임금근로자는 11만명 줄어들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9만명 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 줄어들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이 같은 수치 변화는 매출 부진 탓에 나홀로 영업 또는 가족 단위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아졌음을 말해준다.

고용 시장의 한기는 실업률과 고용률 등의 각종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만5000명 늘어 11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실업률도 덩달아 올라 전년보다 0.2%포인트 오른 4.0%를 기록했다. 최근의 연도별 실업률은 2016년과 2017년 3.7%, 2018년과 2019년 3.8% 등이었다.

실업률보다 정확한 고용 동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주목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용률 역시 전보다 크게 악화됐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를 토대로 작성되기에 공시생 등 비경제활동 인구를 계산에서 배제한다. 이와 달리 고용률은 15세 이상의 모든 생산가능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고용 시장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개념의 고용률도 지난해엔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해 60.1%에 머물렀다. 이는 2013년의 59.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비교기준으로 삼는 15~64세 고용률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내려간 65.9%를 나타냈다.

지난해 취업자 수 통계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연령대별 취업자 수 증감 추이다. 요약하면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만 37만5000명 증가했을 뿐 나머지 전 연령대에서는 일제히 감소 현상을 보였다. 특히 우리 사회의 중추 격인 30대와 40대 연령층의 취업자 감소폭은 각각 16만5000명, 15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들 연령층에서만 32만여명이나 취업자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30대와 40대 인구 감소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다. 하지만 연령대별 인구 감소를 감안한 자료인 고용률에서도 30대와 40대 모두 전년보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대와 40대의 지난해 고용률은 각각 75.3%(-0.7%P)와 77.1%(-1.3%P)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도 60세 이상 연령대의 고용률은 유일하게 증가했다. 해당 연령대의 지난해 고용률은 전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42.4%였다.

이는 현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대거 투입해 60대 이상 고령층용 단기 일자리를 양산한데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의 연간 일자리 감소는 코로나19 영향 외에 2019년 고령층 일자리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6년 23만1000명, 2017년 31만6000명을 기록했던 연간 일자리 증가세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9만7000명으로 오그라들자 대대적으로 고령층 알바성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의 전년 대비 연간 취업자 수는 +30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2020년 연간 일자리 수 감소는 그 이전 해의 고령층 일자리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받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12월의 전년 동월 대비 일자리 증가폭은 -62만8000명이었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이 역시 비교연도인 2019년 12월의 일자리 증가폭이 +51만6000명을 기록한데 대한 기저효과가 덤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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